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신년사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통일·평화 관련 시민단체들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부터 자행된 통일단체들에 대한 탄압과 지원중단이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단체들에 대한 탄압은 이명박 정권 초인 2009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4월 30일 통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통일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통일교육협의회’(통교협) 소속 19개 단체는 통교협의 보수·어용화에 반발하며 집단 탈퇴했다.

당시 통교협을 탈퇴했던 단체 중 하나인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2008년 광우병대책회의 촛불 단체들에 대해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진보단체들에 대한 배제라고 생각해 19개 단체들이 통교협에서 탈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통일협회 김삼수 팀장은 “보수정권 들어와 통교협이 안보교육을 강화하고 평화·민족화해 교육 쪽 예산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교협은 통일교육사업 명칭을 놓고도 압력을 넣었다. 김 팀장은 “경실련에서 96년도부터 진행하던 ‘민족화해아카데미’라는 교육 사업이 있는데 통교협에서 촛불 집회이후 ‘민족’이라는 단어를 사업에서 빼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통일단체들의 사정이 더욱 악화된 것은 2010년 있었던 5·24조치 이후다. 5·24 조치 이후 남북한 경제교류 및 협력은 전면 중단됐다.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5·24조치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2013년 1조979억, 2014년 1조1132억, 2015년 1조2402억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5·24조치로 북한에 민간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2010년 이후 남북협력기금의 실제 예산 집행률은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     

사업이 줄면서 남북 대화도 줄고 있다. 2008년을 기점으로 남북 대화 횟수는 줄어들었다. 2006년 23회, 2007년 55회에서 2008년 6회, 2012년 0회 등 2013년(24회)을 제외하고는 한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도에 진행된 남북 대화 24회중 22회가 개성공단 잠정중단 관련 회담이었다. 

경실련 통일협회 홍명근 간사는 “대화 횟수나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을 보면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강화되고 실제 시민단체들의 사업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기금은 매년 늘어 남북관계가 좋아진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5·24조치가 해제되기 이전에는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정현숙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 이후 진보라고 분류된 단체들은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에서 통일 관련 공모사업에서 배제됐고 그런 경향을 파악하게 됐다”며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아예 공모사업을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 사업이 줄어들면서 인원 감축도 불가피해졌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우리민족) 강영식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민족’ 상근직원이 9명으로 줄었는데 노무현 정부에는 20명이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제한하니 경비절감을 위해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단체 인사들에 대한 탄압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황선·신은미 통일토크콘서트를 문제 삼아 공안당국이 황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행사 주최자인 6·15서울본부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하려 했다. 하지만 검찰은 6·15서울본부가 아닌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에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관계자 9명을 체포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이 통일단체를 사실상 해산시키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고 임원들을 체포했다”며 “통일단체에 대한 압수수색은 남북관계를 파탄 낸 책임을 피하고 국민의 분노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공안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김을수 전 의장직무대행 등 3명은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김삼수 팀장은 “보수정권 들어서 기업들의 후원도 줄고 공무원들의 회원탈퇴도 있었다”며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민간 교류 통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박근혜 정권 3년차에 국정쇄신을 위해 남북 관계를 언급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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