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황폐화에 대해 포털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크다. 플랫폼인 포털이 ‘어뷰징’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털업체 중에서도 네이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네이버의 기사편집 정책에 따라 언론 트래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누구보다 네이버가 ‘어뷰징’ 근절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는 최근 클러스터링을 도입했다. 클러스터링은 비슷한 기사를 하나로 묶는 것을 말한다. ‘어뷰징’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클러스터링은 어뷰징 방지라는 부가적인 효과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도입 이후 일부 언론이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언론의 발빠른 대응은 실시간검색어에 오른 단어 10개를 전부 한 기사에 담아 어뷰징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 센터장은 “포털과 언론이 쫓고 쫓기는 관계 같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어뷰징’에 대해 포털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사이트에서 벌어진 문제이니 책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뷰징은 네이버 이용자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으니 방관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네이버는 전 연령층이 다 이용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에 대해 자녀들 둔 부모들이 굉장히 불쾌해한다. 청소년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
 

그렇다면 네이버는 ‘어뷰징’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유 센터장은 “포털과 언론 등 주체들이 힘을 합쳐 자치에 대한 규범을 만들고 스스로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최근 인터넷신문협회가 어뷰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모니터링과 어뷰징 자제를 위한 선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네이버는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저널리즘’을 위해 네이버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포털과 언론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네이버는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온라인 저널리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작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 센터장은 ‘상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언론사와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들이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오는 2월에도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 현황에 대해 학계와 미디어업계, 이용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고 한다.

‘온라인 저널리즘’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이 있는지 묻자 유 센터장은 “다음의 뉴스펀딩은 플랫폼 매체의 특성도 살리고 온라인 저널리즘에도 보탬이 되는 좋은 기획 같다”며 “우리도 부족하지만 그간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를 도입하고 아웃링크 서비스를 벌이는 등 노력을 했다”고 답했다.

그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와 상생하는 방안에 대한 서비스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올해는 인터렉티브(디지털 스토리텔링)기사, 카드뉴스 등 언론사가 실험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어떻게 네이버에 도입할지에 대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렉티브 기사를 네이버의 툴에 연동시키는 건 기술적으로 힘들지 않냐고 묻자 “최대한 연구를 해 보고, 한계가 있다면 아웃링크로 도입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 네이버 온라인과 모바일 검색 쿼리 추이. ⓒ코리안클릭·KB투자증권 자료.
 

네이버의 모바일 정책은 어떨까. 현재 ‘온라인’시장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 질의(쿼리) 가운데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와 22.7%에 이른다. 독특하게도 네이버의 모바일 기사편집방향은 PC와 다르다. 네이버 PC메인화면에는 기사배치를 하고 있지 않지만 모바일에는 기사를 배치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네이버가 모바일시장에 재대로 대응한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PC시장 초창기처럼 인링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언론사의 별도로 ‘검색제휴’를 맺는 등 아웃링크 기반의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앞으로 모바일에 특정한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다양한 실험을 할 것이고, 언론사에 트래픽이 이전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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