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옛날, 너무나 힘이 없어 쪼매난 숲속도 못 살고 캄캄한 굴뚝을 살던 굴뚝새는 천년 가뭄에도 한사코 살아남아 비를 부르다가 끝내는 목이 잠겨 죽게 되었다.

그러자 굼벵이가 지렁이 오줌으로 술 한 모금을 빚어주었겠다. 이에 다시 목이 트여 비를 부르는 소리가 어찌나 안타깝던지 이 땅별 지구에 있는 모든 곰팡이와 이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적이(미생물)들이 죄 펑펑 쏟은 눈물이 마침내 비가 되어 천년 가뭄을 이겨냈더라는 아, 이 땅 무지랭이들의 정서처럼…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지난해12월1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부의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공장 밖 동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추운 겨울 이 땅 노동자들을 저 높은 굴뚝과 무쇠탑으로 밀어올린 것은 누구던가. 천년 가뭄이던가. 아니다. 천년 가뭄보다 더 끔찍한 독점자본과 한축인 박근혜 독재다. 이참 박근혜 독재는 앞장서 이 땅 노동자와 농민들을 독점자본의 돈벌이의 먹이로 작두날에 밀어 넣고 있는 꼴이다.

모든 자유는 돈벌이의 무제한 자유를 분식하는 포장지로 껍데기만 남겨 목만 마르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노동자의 생산성과 역사창조의 알기(주체)됨을 사그리 황폐화시켜버리고 있다. 생존권과 생명권의 뿌리도 모조리 뽑아버리고 사람으로 서있을 따슨 끼와 주을대(자존심)는 자근자근 짓이기고 스스로를 붙들 눈물과 한숨까지 그 숨통을 죄어 발 디딜 텃밭이란 텃밭은 모조리 잿더미의 수렁으로 만들고 있는 꼴이다.

온 노동자의 노예화, 온 사람의 꼭두각시화를 체제적으로 완결하고 있는 만행이 곧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것이요, 그 포학함이 오늘의 노동자들을 하늘 높이 띄운 것이지만 그것의 된깔(본질)을 찬찬히 헤아려보면 오늘의 독점자본주의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강제적으로 들씌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사진 = 이치열 기자)
 

때문에 하늘 높이 올라있는 우리 노동자 여러분들은 이 땅 자본주의 역사가 썩어문드러져 온 뒤 처음으로 뜬 새뜸인 것이다. 날마다 밝아오는 햇덩어리의 새뜸이 아니라, 범죄적 자본주의 문명이 내리친 이 암흑을 깨트리는 사람의 불빛인 새뜸이라는 것이다. 뺏어대기와 거짓말, 살육과 불의를 있는 대로 불살라버릴 노여움의 불빛, 새뜸이나니.

아, 오늘밤에도 이 차가운 겨울바람 얼마나 괴로울까. 하지만 역사를 바꾸겠다는 여러분들의 노여움의 새뜸은 차가운 바람이 드세 올수록 더욱 뜨겁게 타오르나니.

저 굴뚝 높이 솟아 밝아오는 불덩어리, 새뜸이여! 우리 이 썩어문드러진 땅을 기고 있는 우리들은 여러분들이 내려와도 발을 디딜 한치 텃밭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천년 가뭄을 이겨낸 굴뚝새처럼 이 땅별의 모든 이끼와 곰팡이, 갖은 미적이들을 불러일으키는 울음을 멈추질 않을 것이니.

아, 우리들의 길라잡이 새뜸이여! 오늘도 어디선가 ‘우엉 우엉’ 소리 들려오거든 그것이 이 땅별(지구)의 구석구석 쪼매난 미적이들의 한바탕 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뚤커(용기)를 내주시오.

이 기사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굴뚝신문 창간호에 실린 글입니다. 굴뚝신문은 다음 링크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굴뚝신문 이미지 파일로 보기.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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