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위원장 전명선)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보도행태 규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들은 서한을 통해 이진숙 보도본부장에게 공식적으로 사과 및 면담을 요구했다. 

MBC는 지난 6일 배·보상 관련 여야 특별법 합의를 두고, 세월호 피해가족이 단원고 학생의 대입 ‘특별전형’을 요구한 것처럼 보도를 했다. 이에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불공정 보도를 규탄했다. 

<관련기사① : 세월호 유가족 MBC 항의방문…나오지 않은 이진숙 본부장>
<관련기사② :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 합의

   
▲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후 1시께 전명선 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들고 이 본부장과의 면담을 위해 MBC 건물로 들어갔다. 하지만 MBC 관계자들은 저지했다. 유 대변인 말에 따르면, MBC 안전관리팀 관계자가 이 문서를 받아 갔다. 드라마 출연 등 비교적 언론 노출에 열린 태도를 보였던 이 본부장은 결국 이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이 전달하려 한 서한을 보면, 가족대책위는 이 본부장에게 4가지 요구를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공정하고 중립적 태도 견지 △충분한 사실 확인과 정보취합을 통한 정확한 보도 △ MBC 보도로 인해 참사 희생자들이 입었던 상처에 대한 반성과 사과 △구체적 이행을 위한 유가족 면담 등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최악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기사”라며 “이에 대해 전국 MBC 기자회는 당시 목포 MBC 기자들이 구조자 숫자의 중복 집계 가능성을 보고했지만, 서울 MBC 전국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 1일 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에 나온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
 

이들은 “오보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는 것”이라며 “또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 MBC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1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인 우리 가족들을 ‘불법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6일) MBC의 특별법 관련 보도를 보면서 우리 가족들은 진정으로 ‘MBC 너희들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며 “특별법의 수많은 내용 중 유독 대학특례만을 부각시켜 보도하면서,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대학특례가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달려 있어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원 외이기에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불공정보도 규탄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진숙 MBC보도본부장에게 면담 요청과 공정 보도 요구 등의 서한 전달을 하려 했으나 저지당했다. 전 위원장이 MBC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서한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들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아파할 우리 가족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느냐”며 적어도 참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지금껏 제대로 한 번 웃어본 적 없는, 그래서 자신들이 되찾은 목숨마저 끊겠다고 하는 생존 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해당 문서가 이진숙 본부장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이 본부장은 회의에 참석해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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