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경북 김천시 직지농협 성희롱 피해자 김아무개 과장이 또 다시 해고당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등은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지농협 사태를 농협중앙회가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직지농협 내 부당징계와 괴롭힘은 지난 2010년 직지농협 하아무개 조합장이 재선되면서 시작됐다. 상대후보를 지지했다고 의심을 산 이후 벌어진 일로 김 과장은 직급에 맞지 않는 창구안내와 (농협운영)마트 계산원 일 등을 했다. 김 과장이 당한 괴롭힘은 그 외에도 빈 책상 근무, 강제휴가, 하급자 밑으로 업무배치, 전화·컴퓨터·화장실 이용시 감시 등이다.  

지난 2011년 5월 조합장의 감시와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에 시달리던 김 과장이 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자, 하 조합장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과장에게 3개월간 자택대기발령을 내렸다. 김 과장 복귀 후, 하 조합장은 그를 ‘휴지 60세트’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이듬해인 2012년 1월 김 과장을 해고했다. 

김 과장은 지난 2012년 노동부로부터 부당해고·원직복직 결정과 검찰로부터 횡령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받고, 2013년 8월 법원으로부터도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복직 이후에도 김 과장에 대한 괴롭힘은 계속됐다. 같은 해 11월 직지농협 이아무개 전무가 김 과장에게 여성 나체 사진을 보여주며 성적인 욕설을 했다. 이 전무에 대해 김천경찰서가 고소장을 접수하자 농협은 이 전무를 해직시켰다. 

김 과장은 “직원들 앞에서 투명인간 취급하며 모욕을 줄 때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농협 인사기록카드가 온갖 징계로 기록돼 스스로 보기 민망할 정도로 징계백화점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8일 김 과장은 두 번째 해고를 당했다. 직지농협이 김 과장에게 하급자 밑으로 업무를 배치해 유류담당업무를 맡겼다. 이에 김 과장은 업무는 맡아서 하지만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사고 전례가 있는 전임자의 책임이 넘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문제 삼아 농협은 ‘명령불복종’을 이유로 김 과장을 해고했다. 김 과장은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우리사회에서도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전국농협노동조합 등은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지농협 사태를 농협중앙회가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윤경 전국축협노조 위원장은 “직지농협 사태는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감독권한이 있는 농협중앙회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3월에 있는 농협 전국조합장 선거를 의식해 임원들이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농협중앙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이소희 활동가는 “대부분 회사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 간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외면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안전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여성이 임신·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 내에서 잘못된 점을 문제제기 하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설문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86%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며 “직지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이종희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직장에 인격까지 판매한 것은 아니다”라며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괴롭히는 것은 삶 자체를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국농협노동조합 등 20여명은 농협중앙회에 직지농협 사태 해결을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들은 항의서한만 전달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을 취재진들과 조합원들이 촬영하자 농협중앙회 측은 “촬영하면 받지 않겠다”고 했고, 조합원들은 항의서한도 전달하지 못했다. 

   
▲ 전국농협노동조합 등은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지농협 사태를 농협중앙회가 해결하라”고 촉구한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모습. 농협중앙회 측은 서한을 받지 않았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전달되지 못한 항의서한에는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 내부의 노동인권탄압과 성희롱 문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방관·조장하는 사용자에 대한 징계 △고충처리 상담반 구성 등 대책 수립 △직지농협 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 조합장에 대해 직무정지 △피해자 원직복직 및 불이익처우 원상회복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 조합장은 8일 출장 중인 관계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직지농협 김승환 총무과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말 김 과장이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하는 등 법적인 다툼이 있는 문제라서 지금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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