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왜곡한다는 비판 여론을 또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6일 보도가 불을 지폈다. 유가족이 단원고 학생의 대입 ‘특별전형’을 요구한 것처럼 보도해서다. 

<관련기사① :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 합의
<관련기사② : “MBC가 또?” MBC의 세월호 보도 WORST 4>  

세월호 유가족 80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더 늦기 전에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경찰은 입구는 물론, MBC 신사옥 주변을 병력으로 둘러쳤다. 

   
▲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경찰은 입구는 물론, MBC 신사옥 주변을 병력으로 둘러쳤다. (사진=김도연 기자)
 
   
▲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경찰은 입구는 물론, MBC 신사옥 주변을 병력으로 둘러쳤다. (사진=김도연 기자)
 

장동원 단원고 생존학생 부모 대표는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언론에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달라고 했다”며 “아픔을 지닌 아이들을 병원까지 찾아와 괴롭히는 언론사들을 보면서 저희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한) 학생들의 도보행진 때도 아이들은 MBC만은 싫어했다”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MBC는 생존학생 부모들이 특례입학을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번 관련기사와 그 기사에 따른 많은 댓글들로 커다란 심적인 혼란과 힘겨움을 가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엄마들의 모임 ‘엄마의 노란손수건’을 대표해 염정선씨는 “이번 세월호 특별법 배보상 타결에 MBC는 메인 타이틀로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합의’를 뽑았다”며 “마치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해서 대입 특례가 되는 것처럼, 마치 국민성금을 모두 세월호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것처럼 정치인들이 말하고 언론인들은 받아 적고 있다”고 비판했다. 

염씨는 “기자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기사’를 쓰는 것”이라며 “기사는 ‘받아쓰기’가 아니라 취재하는 것이고, 취재는 직접 보고 듣고 조사한 사실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씨는 “‘오로지 시청자만 바라본다’고 말로만 하지 말라”며 “제발 공정한 보도를 하는 방송사, 정치적 외압에 굴하지 않는 방송사, 아주 먼 옛날 옛적 양심 있는 보도를 하던 ‘만나면 좋은 친구 MBC’로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 세월호 유가족 80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8일 오후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을 찍고 있는 MBC 카메라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기레기 방송 MBC가 하는 짓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며 “세월호 참사 진실이 왜곡될 때마다 MBC가 앞장섰다. 광화문 농성장 유족들을 불법단체로 규정한 것도 MBC였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뒤늦은 여야 배보상 합의를 또 왜곡한 것도 MBC”라며 “지금 MBC는 무능한 것이 아니라 악의를 품은 조직이다. 언론이 악의를 가지고 보도하는 것은 ‘정신 나간 이의 칼날’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국민 품에서 ‘마봉춘’이라는 애칭으로 MBC가 제 역할을 했던 시대로 돌리는 데 언론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했다. 

   
▲ 세월호 유가족 80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MBC는 반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단원고 2학년2반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44)는 세월호 인양의 필요성을 말했다. 박씨는 “실종자 한 명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 찾기 위해서도 세월호의 인양은 필수적”이라며 “아직 선내에 실종자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마지막 실종자까지 모두 가족의 품에 돌려주겠다는 대통령부터 장관들, 국회의원들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은 이진숙 MBC보도본부장에게 면담 요청과 공정 보도 요구 등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저지당했다. 기자들도 함께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과 MBC 측은 출입문부터 틀어막았다. 유 대변인 말에 따르면, MBC 안전관리팀 관계자가 이 문서를 받아 갔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문서가 이진숙 본부장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이 본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 기자회견이 끝나고,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은 이진숙 MBC보도본부장에게 면담 요청과 공정 보도 요구 등의 서한 전달을 하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전 위원장이 MBC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서한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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