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표의 신년사는 한 해 조직 향방을 점치는 가늠자다. 지난해 성과에 대한 총평도 담겨 있다. 이들 말 한마디에 주목하는 이유다. 2015년 언론사 대표들은 어떤 말로 새해 문을 열었을까.

위기, 또 위기

방송과 신문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위기’를 말했다. 안광한 MBC 사장은 “지난해 지상파 광고시장 규모는 1조9천억원을 밑돌아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10년 전에 비해 75%에 불과하다. 전체 광고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지상파 광고 시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사장은 “현재 지상파 위기가 유료방송 중심의 매체와 플랫폼 확장을 추진해온 정부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 안광한 MBC 사장. ⓒMBC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도 “종편과 모바일로 촉발된 최근 미디어 생태계 변화는 우리가 짐작하고 준비해온 것 이상의 속도와 크기로 다가오고 있다”, “매일 매시간 지상파 외에 거대 MPP(복수방송채널사업자), 종편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광고’와 ‘경쟁’ 강조는 2015년 규모가 줄어든 광고시장 파이를 둘러싼 지상파의 총력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문사 대표의 신년사는 몰락해가는 산업에 대한 위기가 깔려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신문의 쇠퇴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나 방 사장은 “새로운 여론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모바일 영역에서 조선일보가 자랑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들을 24시간 지속적으로 생산해 미디어 융합의 시대를 앞장서 이끌어 나가자”고 밝혔다.

오르내리는 자신감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은 신년사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회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신문의 역사를 새로 쓰며 제2의 창업을 꿋꿋이 일궈냈고, 방송을 부활시켜 이제 JTBC를 정상 궤도를 올려놓으며 국내 유일의 종합미디어 포트폴리오를 갖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로 우뚝 섰다”고 자평했다.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보도 부문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예능 등 전반적인 약진에 따른 자신감으로 보인다.

반면, 조대현 KBS 사장은 “자존심을 금방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세월호 국면에서 KBS는 청와대 외압에 휘둘렸고, 길환영 전 사장은 해임됐다. 공영방송 KBS 위상을 실추시킨 사건이었다. 조 사장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신뢰 회복’을 강조하면서 “KBS가 국민이 원하는 방송을 하고 현안 해결을 위해 사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 한다”고 밝혔다. 

   
▲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모바일을 잡아라

언론사 대표들은 잇따라 모바일 강화를 강조했다. 웹에서 모바일로 콘텐츠 시장이 재편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송현승 연합뉴스 사장은 “경쟁의 주 무대는 모바일을 비롯한 뉴미디어”라며 “같은 사안을 다룬 타사가 생산한 수십, 수백 건의 경쟁 기사들이 뉴스유통플랫폼에서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충 생산하는’ 콘텐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영무 한겨레 사장은 “지난해 우리는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 혁신을 이루고자 혁신 3.0의 비전을 세웠다”며 “올해는 디지털퍼스트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새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융합편집국 체제를 갖춰 콘텐츠의 양과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신방인(신문+방송+인터넷) 시너지 창출로 모바일 비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