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합산규제 논의를 하루 앞둔 5일 KT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업계가 공방을 벌였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호소문은 기존 KT그룹의 입장과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합산규제’는 지금까지 IPTV와 유료방송의 시장독점을 따로 규제했던 방식을 전체 시장의 3분의 1로 통합해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IPTV인 올레TV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소유한 KT의 추가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진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KT의 IPTV와 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는 28.2%(신한금융투자 자료)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KT는 ‘합산규제 법안’을 반대하고 있으며 케이블업계를 비롯해 KT를 제외한 유료방송업체들은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5일 합산규제 입법을 재고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호소문에서 ▲불가피하게 KT와 특수관계가 형성된 배경 ▲위성방송의 ‘공영성’ ▲임직원들의 생존권을 언급하며 합산규제 재고를 주장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KT와 특수관계가 형성된 배경에 관해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대기업 지분제한이 풀리면서 해지펀드의 자금 환수 요구를 KT만 수용하였고, 결국 기업 회생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 KT 본사.
 

또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합산규제가 시행되면 시청자는 당장 가입을 강제 해지하거나 신규 가입에 제한을 받는다. 전국 17%에 이르는 산간오지나 도서벽지의 소외계층 가구는 시청권 자체를 박탈당할 위험에 처한다”고 주장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임직원들의 생존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스카이라이프 임직원들은 합산규제가 시행되어 영업이 축소되거나 제한 받게 될 경우 전 직원의 50%에 이르는 영업 관련 인력 및 지난 10 여년간 위성방송과 함께 해온 240여 유통망과 그 임직원 가족들의 생존 기반이 붕괴되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업계는 같은 날 KT스카이라이프의 호소문에 대한 반박성명을 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KT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상한선인 3분의 1을 위협하고 있는 독보적 1위사업자”라며 “방치한다면 KT가 점유율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위성방송을 활용,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독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업계는 “위성방송이 유일한 시청수단일 수 있는 일부 도서산간지역 주민의 경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두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KT스카이라이프가 5일 발표한 호소문은 지난해 11월 KT그룹이 발표한 성명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합산규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같지만 이유가 달랐다. 지난해 KT그룹 성명에는 합산규제 반대 이유를 ▲여론독과점과 무관한 매체 특성 ▲3분의 1 규제의 정당성 부족 ▲KT 표적 규제 등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이 같은 주장의 차이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처한 입장의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가 ‘생존권’과 ‘공영성’을 강조한 것은 실제 합산규제를 적용할 경우 경쟁력이 약한 KT스카이라이프가 입을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언론노동조합 KT스카이라이프 노조가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KT는 위성방송 가입자를 IPTV로 전환해 실익을 챙기면 되지만 그 반대급부로 온갖 손실과 위기는 위성방송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우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6일 오후 열리는 미방위 법안소위에서 합산규제를 재논의할 계획이다. 사진은 미방위 주파수소위. 사진=금준경 기자.
 

실제 KT는 OTS상품을 통해 가입자를 늘려왔지만 IPTV의 성능발전과 위성방송의 VOD서비스가 불가능한 특성 등으로 인해 현재 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KT스카이라이프 호소문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된 KT와 특수관계를 언급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 역시 같은 이유로 보인다. 과거 언론노조 KT스카이라이프지부는 한발 더 나아가 KT를 비판하기도 했다. 장지호 지부장은 “더 이상 스카이라이프가 KT에 화수분처럼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며 “합산 점유율 규제 논의와 맞물려 위성방송 플랫폼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고 소유구조를 개편하는 논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합산규제’는 오는 6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합산규제가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7일 미방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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