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업체 이름인 ‘씨앤앰’은 고유명사다. 그래도 혹시나 싶었다. ‘시앤앰’ ‘시엔앰’ ‘씨엔엠’ ‘CNM’ 전부 검색했다. MBC 보도 검색결과 ‘씨앤앰 농성’ 방송보도가 단 한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날짜별로 기사목록을 짚어보며 관련 기사를 찾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지난해 11월 12일 시작해 12월 31일로 끝을 맺었다.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농성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도마에 올랐다. 사측의 협력업체 계약 만료로 109명의 대량해고사태가 일어난 까닭에 간접고용의 문제가 대두됐다. ‘먹튀’자본의 문제도 드러났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위태로운 고공농성이 벌어졌다. 이례적으로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MBC는 이 사안들이 모두 ‘기삿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MBC를 제외한 다른방송들이 씨앤앰 사태를 보도했다는 점에서 주요한 의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숫자로 보는 씨앤앰 보도… JTBC보도량 많아

다른 방송은 어떨까? 씨앤앰 사태의 보도횟수는 JTBC 9건, KBS 4건, SBS 2건, MBC 0건으로 나타났다.

민영방송인 SBS는 메인뉴스 ‘8뉴스’를 통해 씨앤앰 사태를 2건 보도했다. SBS는 기자수첩형태의 ‘취재파일’ 글 기사도 1건 있었다. KBS는 총 4건 보도했다. 그 중 메인뉴스인 ‘뉴스9’이 3건을 보도했다. KBS 역시 기자수첩형식의 ‘취재후’ 글 기사도 하나 있었다.

JTBC는 씨앤앰 사태를 총 9회 보도했다. 지상파 3사 방송사의 보도횟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 중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진행하는 ‘뉴스룸’에서만 6건을 보도했다. 총 보도량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JTBC는 13분 50초, KBS는 6분 4초, SBS는 3분 29초, MBC 0분 순이다. 마찬가지로 JTBC가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량 합보다 많다.

방송뉴스 보도를 사안별로 비교해보면 언론들은 고공농성을 일제히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 SBS는 고공농성, 협상타결 소식을 한 건씩 전했다. KBS는 고공농성을 3건 보도했으며 노동유연화 문제를 보도하며 씨앤앰사태를 언급한 보도도 1건 있었다. JTBC는 협상타결 소식 2건, 고공농성 4건,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1건,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2건 보도했다.

   
▲ 지상파 방송3사와 JTBC의 씨앤앰 사태 보도량 비교.
 

KBS·JTBC “씨앤앰이 약속 어겼다” 지적

보도내용은 어떨까. KBS와 JTBC는 공통적으로 씨앤앰이 노사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고 고공농성으로 건강이 악화된 노동자들 소식도 전했다. JTBC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소식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KBS는 2014년 11월 19일 ‘뉴스9’ <8일째 전광판 위 시위...왜>에서 “109명은 원청 케이블회사 씨앤앰 하청업체에서 해고당했다. 씨앤앰이 노조와 고용승계 협약을 맺었지만 지난 7월 하청업체들은 약속을 깨버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서 KBS는 “일각에서는 씨앤앰 매각과 대량 해고가 연관성이 있고 대주주격인 사모펀드를 배후로 지목한다”며 ‘먹튀’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KBS는 “원청인 씨앤앰과 하청업체가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두 가장은 가족품에 돌아가지 못하고 전광판 위에서 8일째 밤을 맞는다”며 씨앤앰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JTBC 역시 씨앤앰이 노사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JTBC는 11월 12일자 ‘뉴스룸’ <“109명 복직” 고공농성>에서 “해고된 기사들은 7월 이후 광화문에서 노숙 농성을 해왔다”며 “당초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며 지키라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SBS는 씨앤앰과 협력업체가 노사 간의 포괄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2014년 11월 26일 ‘8뉴스’ <“고용보장” 보름째 고공농성>에서 “씨앤앰이 하청업체를 바꾸면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일자리를 잃었다”며 “(노동자들이) 바뀐 새 하청업체에 다시 고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을 뿐이다.

   
▲ JTBC는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에 동참한 사실을 별도의 꼭지로 보도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KBS와 JTBC는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하되고 있다는 소식도 보도했다. KBS는 2014년 12월 11일자 ‘뉴스9’ <전광판 농성 30일...건강 이상>에서 “극심한 추위와 전광판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으로 심신이 쇠약해졌다. 의사는 이들이 소화 불량, 방광염 뿐 아니라 자주 쓰러지는 증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2014년 12월 17일자 ‘뉴스룸’ <씨앤앰-쌍용차노조 혹한 속 고농농성>에서 “의료진에 따르면, 장기간 동안 추위에 노출됐기 때문에 장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태라고 하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돌면서 정신을 잃는 경우까지 늘어나고 있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JTBC는 2014년 11월 20일 <전광판 농성 9일째...정규직도 합류>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소식을 별도의 꼭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극한 투쟁이 벌어져야 관심갖는 한국 언론

씨앤앰 사태를 다룬 언론의 보도에 관해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JTBC와 KBS의 보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JTBC는 실제 현장에도 자주 취재를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반면 MBC는 지금까지 노동문제를 간과하고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그 경향성이 이번에도 나타났기 때문에 놀랍지 않고, 앞으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저널리즘의 고질적 문제를 모든 언론이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대표는 “우리 저널리즘이 사람이 극한의 투쟁 양상에 돌입한 후에야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고 이후에 쫓아가는 것은 진정한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JTBC도 임정균, 강성덕 두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당일인 2014년 11월 12일 첫 보도를 했다.

전 대표는 “우리 언론은 왜 쌍용자동차와 씨앤앰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기 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다루지 못했는지 물음을 던져야 하며, 이 물음에는 KBS와 JTBC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 KBS, SBS, JTBC 모두 두 노동자가 전광판 고공농성을 시작한 후에야 씨앤앰 사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사진=세 방송사의 메인뉴스 관련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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