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교양국 폐지와 ‘솎아내기’ 인사로 지난해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안광한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 확대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지상파 위기가 정부의 방송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비판 발언도 나왔다.

안광한 사장은 1일 “지난해 지상파 광고시장 규모는 1조 9천억 원을 밑돌아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10년 전에 비해 75%에 불과하다. 전체 광고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지상파 광고 시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현재의 지상파 위기가 유료방송 중심의 매체와 플랫폼 확장을 추진해온 정부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지상파 40년 규제와 유료 매체 진흥은 그동안 ‘매체 균형 발전’의 정책 목표 아래 추진됐으나 정책이 균형을 맞출 시점을 놓쳤다”고 말했다.

   
▲ 안광한 MBC 사장.
 

안 사장은 “새해 우리는 먼저 통합시청률, 2049 시청률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 경계가 사라진 지금 기존 시청률 잣대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국내외는 물론 아시아 시청자의 일상 점유율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 사장은 “모바일에서의 수익 확장은 매우 중요하다”며 “전용 포맷과 콘텐츠 개발로 소비를 늘리고 소비 접점이 수익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콘텐츠 연계 사업과 신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MBC가 강점이 있는 사업부터 우선 시작하겠다”며 “캐릭터, 브랜드, 테마 여행 사업은 올해 자리를 잡아야 하고, 드라미아의 테마파크 개발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송의 공정성 강화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수익성을 강화하는 기존 기조를 다시 드러낸 셈이다.

안 사장은 “논의만 무성하고 실행이 없던 구태는 버리고, 원칙에 어긋나도 유야무야 용인하던 잘못된 관행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첨예한 노사 갈등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안 사장은 “기본을 지키고 원칙에 맞게 열심히 일한 전문가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을 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합심해 MBC의 저력을 새롭게 발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MBC 신년사

존경하는 MBC 임직원 여러분!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푸른 양의 해’라는 청양의 해, 평화롭고 온화한 기운이 여러분의 가정에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새해 방송 환경은 평탄하기 보다는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해 벽두부터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시장 규모는 1조 9천억 원을 밑돌아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0년 전에 비해 75%에 불과합니다.

매년 낮은 성장률이지만 경제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체 광고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상파 광고 시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단순 유통 수익 확대로만 따라잡기에는 벅차고 힘겹습니다. 

반면에 경쟁자들의 추격은 매섭습니다. 대기업의 MPP는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지상파의 화제성을 능가하는 콘텐츠를 방영했습니다. 사회적 의미가 담긴 스토리로 시청자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종합편성 PP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트렌드에 대한 빠른 적응력으로 인포테인먼트를 생산하면서 작년 점유율이 10%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거대 통신은 고가의 통신요금 전략을 위해 지상파 콘텐츠를 헐값으로 통신패키지 상품에 끼워 팔아 콘텐츠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시청 방식도, 시청 기호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지상파가 제공하는 콘텐츠만을 기다리는 시청자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매체로 화제성이 있는 콘텐츠를 찾아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지나 모바일 콘텐츠 시대입니다.

콘텐츠의 재미에만 만족하지도 않습니다. 지루한 유익함도 선호하지 않습니다. 재미와 유익함이 결합돼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쏠리고 있습니다.

MBC 임직원 여러분!

현재의 지상파 위기가 유료방송 중심의 매체와 플랫폼 확장을 추진해온 정부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상파 40년 규제와 유료 매체 진흥은 그동안 ‘매체 균형 발전’의 정책 목표 아래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정책이 균형을 맞출 시점을 놓쳤습니다.

이제는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기반마저 위협하는 ‘불균형 발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지상파 규제 정책은 새해도 우리가 개선에 노력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여기에만 목매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새해 우리는 먼저 통합시청률, 2049 시청률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 역량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보도와 시사는 전문성과 심층성을 높여 경쟁사와 차별이 되는 브랜드 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큐와 교양은 시청자와 교감하는 고품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드라마와 예능은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내야겠습니다. 시청자에게 생각의 여운을 줄 수 있도록 리얼리티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콘텐츠를 만듭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 경계가 사라진 지금 기존 시청률 잣대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국내외는 물론 아시아 시청자의 일상 점유율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지상파 광고 의존도 축소와 추가 제작 재원 발굴, 수익 확대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재원 조달과 국내외 시장 유통, 부가 사업, 통합 마케팅 방안까지 전 과정에 있어 치밀하게 사전 계획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

모바일에서의 수익 확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용 포맷과 콘텐츠 개발로 소비를 늘리고
소비 접점이 수익으로 연결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콘텐츠 연계 사업과 신사업도 확대하겠습니다. MBC가 강점이 있는 사업부터 우선 시작하겠습니다. 캐릭터, 브랜드, 테마 여행 사업은 올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드라미아의 테마파크 개발도 본격화할 방침입니다.

MBC 임직원 여러분!

을미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는 생각해봅니다. ‘5년 전 새해 첫날과 비교해 MBC는, MBC 구성원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리가 제작하고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나아졌을까?‘

매체 환경의 변화, 시청자의 변화, 세상의 큰 흐름에 걸맞게 달라져왔는가를 반문해봅시다. 우리가 위기극복을 말로만 입에 달고 살고 내부로는 위기를 배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해 우리는 첫날부터 상암 신사옥에서 출발합니다. 제작 방식과 업무 자세를 혁신하고 재정비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좋은 계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논의만 무성하고 실행이 없던 구태는 버립시다. 사전에 치밀한 준비 없이 그냥 하던 대로 하다 실패하는 시행착오가 되풀이되면 안 됩니다. 원칙에 어긋나도 유야무야 용인하던 잘못된 관행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시청자 중심의 업무와 성과로 말할 수 있도록 전문가 정신에 입각해 구체성을 갖고 실천하는 해가 되도록 합시다. 올해 캠페인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 MBC가 함께 합니다.”로 정했습니다.

회사는 기본을 지키고 원칙에 맞게 열심히 일한 전문가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합심해 MBC의 저력을 새롭게 발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15. 1. 1

㈜문화방송 대표이사 사장 안 광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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