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자 국내 정치권과 언론들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부분 아침종합신문들은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내용을 1면 톱 기사로 배치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분단 70주년을 맞아 신년사에서 육성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처음 언급했고, 정부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크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몇몇 언론은 남북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주목했다. 

남북관계 뿐 아니라 한일관계에 대한 분석과 전망도 나왔다. 한일수교 50주년이 됐지만 한일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들이 그렇지 않은 국민들보다 많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친일청산과 위안부 등 역사적 과제에 대해 화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어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다음은 2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못할 이유 없다”>
국민일보 <김정은 逆제안… “남북 최고위급 회담 용의”>
동아일보 <김정은의 ‘깜짝 화답’ 남북정상회담 급물살>
서울신문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깜짝 카드 꺼냈다>
세계일보 <김정은 “남북정상회담 가능”>
조선일보 <乙美年 새해, 힘찬 새출발>
중앙일보 <김정은 “최고위급 회담 못할 이유 없다”>
한겨레 <새해 첫날 ‘정상회담’ 뜻 밝힌 북…남북관계 새 기류>
한국일보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못할 이유 없다”>

김정은 남북관계 총력전, 유일한 고립 탈출법 

김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언급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남북 대화를 제안하고 신년사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언급한 직후라 기대감이 크다. 

   
▲ 2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못할 이유 없다”>에서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경제와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으나 장거리 로켓 발사, 3차 핵실험, 장성택 처형 등으로 대외관계가 악화돼 경제회복에 가장 필요한 외부자본 투자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려면 결국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남한 정부의 지원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 2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김정은 제1비서 신년사에 대한 분석도 상세하게 이루어졌다. 김 제1비서는 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받는 형식이 아닌 자신이 대화의 전제 조건을 달아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김정은, 정상회담 첫 언급…정부 “진전된 자세 의미있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당국 회담 승부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박근혜표 대북정책에 끌려가지 않으려 역제안 공세의 성격이 짙어보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제1비서는 “체제대결을 추구하지 말라”거나 “남북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지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라” 등의 발언도 했다. 또한 김 제1비서는 “자기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아일보는 “제도통일에 대한 거부감은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신년사 20%가 남북관계…자신감 넘친 김정은>에서 대미관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부분을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는 김 제1비서의 말을 인용하며 “국제사회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신년사, 정치권도 환영하는 분위기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자 우리 정치권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세계일보는 <여 “긍정적 측면 많아” 야 “남북관계 새 국면”>에서 여야간 온도차는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 2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1일 “김 제1비서의 언급은 다소 원론적인 측면이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은 좀 더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진심으로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김 제1비서의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국민과 함께 큰 기대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지근한 반응에서 환영한다는 전향적 평가로 입장을 바꾸며 청와대의 뜻도 드러냈다. 중앙일보 <류길재, 8시간 만에 “의미있게 받아들인다”>에 따르면 류 장관은 처음에 북측을 향해 “진정한 대화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조속히 호응하기 바란다”며 공을 넘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발표 세시간 뒤 류 장관은 “북한의 제의를 환영한다”며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는 두 번째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청와대의 뜻이 반영돼 적극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2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남북회담 난제, 진정성부족·대화번복 가능성

남북 대화의 기대감이 얼마나 현실로 연결될 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언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북, 진정성 있나…최근 대화 제의 후 파기 반복>에서 “김정은은 작년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지만 북한군은 2월 21일 동해상으로 300mm 방사포를, 같은 달 27일 스커드 미사일을 쐈다”며 “회담에서 합의해놓고 파기한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또한 최근 2년간 북한이 최근 회담을 제의한 후 파기한 사례 10가지를 자료로 정리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남북 모두 대화 필요성엔 공감…정상회담까지 고비 많아>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 없이는 대미·대중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선제적으로 통 큰 제안을 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고, 북 주민들에게는 ‘통일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발언일 뿐 실제로는 언제든 도발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고 대화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논조였다. 

   
▲ 2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도 <남북, 대화필요성 일단 공감대…성사까지는 난제 수두룩>에서 “노동당 창건 70돌을 맞아 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의 신년사를 해석했다. 대화방식이나 경로, 전제 등에 이견이 많고 대화에 참여해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체제모독(대북전단) 금지, 대북인권 문제제기 중단 등을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일 수교 50주년, 한일관계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 

서울신문은 광복 70년 신년기획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42.6%로 긍정적인 의견 24.7%보다 많았다. 일본에 대해 호감이 없는 이유는 일본의 우경화(46.2%)와 식민지배 역사(33.1%)가 주요 원인이라고 응답했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해결(57.1%)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 2일자 서울신문 4면 기사.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5년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비율이 44%였다. 질문 내용이 좀 다르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일이 우호국이 돼야 한다는 비율은 7.4%에 불과했다. 일본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20대 비율도 10년전 36.4%에 비해 이번에는 27.1%로 줄어들었다. 

해법은 뭘까?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가 준비한 기획에 따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중앙일보는 정상회담이 없어도 좋으니 접촉면을 늘리고 피해자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 한일관계의 주도권을 챙기자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일본이 먼저 변화할 마중물을 줘야 한다거나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설득하라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언도 있었다.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친일 청산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서울신문은 <“친일 이데올로기 청산 위해 역사교과서 바로잡아야”>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을 인터뷰했다. 임 소장은 “일본의 우경화가 주변국을 자극하는 등 동아시아 정세를 다시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그만큼 과거사 문제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2일자 서울신문 5면 기사.
 

임 소장은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인 역사청산이 되지 않아 아베 신조 정권과 같은 우경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임 소장은 “아베정권의 역사관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는 전세계가 지적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일본 자체의 과거 청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떄문”이라며 “우리 정부가 왜곡된 식민사관과 보수우익적 시각에서 서술된 교과서의 균형을 바로잡고 인사청문회에서도 대일 인식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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