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이하 케비지부‧지부장 김영수) 조합원 임정균(38)씨와 강성덕(35)씨 두 다리가 땅에 닿았다. 전광판에 올라선 지 50일 만이다. 경찰 수백 명이 그들 주변에 인의 장벽을 쳤지만, 조합원들은 작은 부부젤라(소리나는 응원도구)까지 불어 대며 그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지난 30일 씨앤앰 노사가 고용승계에 잠정 합의한 결과였다. 

희망연대노동조합과 씨앤앰, 협력업체 대표로 구성된 3자 협의체는 △해고자 109명 중 이직 및 전직자를 제외한 83명에 대해 신규법인과 계약 통한 채용 △채용된 노동자들은 구내망 유지보수 관련 업무 수행 △오는 1월 공생협력 위한 고용위원회 구성 등을 합의했다. 희망노조 씨앤앰지부와 케비지부는 다음날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 임정균(마이크를 쥐고 있는 사람)씨가 31일 땅을 딛기 전 집회에 참석한 희망노조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 이치열 기자)
 

31일 오후 4시께부터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4년 투쟁승리 결의대회’는 2000여 명의 희망노조 조합원들과 시민사회 관계자,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함께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였다. 

전광판에서 내려오기 전, 임씨는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향해 “여러분은 현재 씨앤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지켜내야만 했던 전쟁터에 앉아 있다”며 “우리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도 자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과 지역단체가 헌신했고, 올바른 기자들이 제대로 기사를 써줘 자본이 굴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임씨는 아직 고공농성을 접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임씨는 “아직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와 쌍용차 이창근 동지들은 아직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내려가더라도 이들과 끝까지 연대를 할 것이다. 노동자가 믿을 수 있는 건 동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내 몸을 바쳐서라도 해고당한 동지들을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말을 지킬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 임정균(맨 왼쪽)씨와 강성덕(왼쪽에서 세 번째)씨가 전광판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 (사진 = 이치열 기자)
 

강성덕씨도 “자기 일처럼 연대해주신 민주노총 동지와 시민단체 여러분들, 무탈하게 내려오라고 기도해주신 종교단체 관계자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님들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자본과 권력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걸 느낀다”며 “임정균 동지가 말했듯,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LG-SK 그리고 모든 비정규직 동지들과 끝까지 연대하는 2015년이 될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 소속 은수미 의원은 “협상이 결렬될 때마다 여러분이 새로운 농성에 돌입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며 “그러나 여러분은 서로를 사랑하고 굳건히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기쁨의 2014년 12월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줬다. 이기는 것이 ‘진보’고, 바꾸는 것이 ‘개혁’이고, 정의를 지키는 것이 ‘정치’인데 여러분을 보며 참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은 의원은 “아직 쌍용차 굴뚝에서는 두 노동자들이 남아 있다”며 “희망노조를 시작으로, 이제 노동과 정치가 이기기 시작했다. 여러분의 연말선물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 임정균씨와 강성덕씨가 31일 땅으로 내려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이치열 기자)
 

임씨와 강씨는 오후 5시 30분께 내려왔다. 하지만 조합원들과 회포를 나누진 못했다.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업무방해‧건조물침입‧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두 노동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씨와 강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원진녹색병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순간까지 희망노조 조합원 2000여 명은 임씨와 강씨의 이름과 노래를 부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희망노조 씨앤앰지부 조합원인 이동훈(남‧43)씨는 “희망노조 조합원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의 연대 때문에 오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래서 LG, SK 투쟁이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기 지역에서 케이블 설치 및 수리를 담당하다 해고된 박승영(남‧40대)씨는 “시원섭섭하다”며 “함께 했던 동료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아쉽다. 한편으로는 후련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7월 미디어오늘과 동행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박씨는 “좋은 결과로 끝을 맺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임정균, 강성덕 동지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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