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북 단체들이 모여서 설립을 선언한 국민통일방송에 대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대북전단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는 31일 오전,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을 부르는 국민통일방송 설립을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기존에는 반북단체들이 해외에서 주파수를 임대해 북한 내 단파라디오에서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국민통일방송은 이런 민간대북방송들을 하나로 모아 정부에서 소유한 주파수를 통해 통합 방송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단파라디오는 전 세계 어디든 방송을 보낼 수 있지만 음질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국민통일방송은 정부에 중파 주파수를 지원받아 좋은 음질로 북한에 서비스를 보내는 것이 목표다. 

국민통일방송은 ‘메아리’라는 스마트 앱을 통해서 한국 국민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녹음해서 방송에 반영하는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자유조선방송(RFC)과 열린북한방송(ONK), 데일리NK 등 반북매체들은 지난 11월 26일, 국회에서 국민통일방송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날 발기인 대회에는 김무성 새누리당대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등 보수를 대표하는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여해 정치적 목적의 국민통일방송에 높은 관심 보였다.  

이날 국민통일방송은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사회 각 분야에서 통일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통일의 한 당사자인 북한 주민을 준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을 제대로 알고 남북 주민들이 함께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통일방송 발기인들의 생각이다. 

국민통일방송 김성중 기획단장은 “발기인대회 때 참여했던 인사들도 아직은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북한에 제대로 방송을 보내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는 단파가 아닌 정부지원이 필요한 공공재 주파수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직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청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 기획단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주파수 지원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담당이 아니고 아직 담당부서 파악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통일방송은 “통일방송 회원(U-Friends) 1만 명을 확보하겠다”며 “내년 초 개국을 목표로 향후 보도국과 라디오 사업, TV사업 등 3개 분야로 나눠 각각 북한 내부 소식을 남북 주민 모두에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통일방송은 정부에 주파수를 지원받고 나머지 예산은 해외에 인권관련 기금이나 시민들의 후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 지난 11월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통일방송 발기인대회' 참석자들 모습. (사진 = 국민통일방송 제공)
 

실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방송용 대북전단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대해 민권연대는 31일 “국민통일방송 설립은 대북심리전의 전면화로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내모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대북심리전을 전면화할 경우 실제 교전으로 악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비판했다. 

민권연대는 “국민통일방송 설립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따른 심리전의 연장선”이라며 “미국이 인권문제와 반체제영화를 통해 적대국가에 대한 심리전을 펼치고 북한인권법을 앞세워 대북전단살포와 같은 반체제활동을 적극 지원해 왔는데 국민통일방송도 북한체제를 공격하기 위한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통일방송은 북한 주민들에 대해 10% 청취율을 달성하고 5년 내에 북한을 변화시킬 주민 100만명의 북한 시민사회를 형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민권연대는 “국민통일방송은 청취율을 10%로 올리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노골적으로 지원을 읍소했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지원해 국민통일방송을 설립한 것은 아닌지 의심간다”고 비판했다. 

민권연대 김성일 사무국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통일방송은 북한에 전파를 보내는 사업에 정부 지원까지 요청했는데 이것은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남북간 충돌이 예상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중 기획단장은 “민권연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북전단이 전쟁의 원인이라면 진작 전쟁이 났어야 했고, 방송은 대북전단과는 성격이 또 다르다”고 말했다. 김 기획단장은 “민간대북방송은 기존에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단지 음질이 좋지 않아서 정부가 음질 좋은 주파수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뜻이지 북한과 적대적인 상황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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