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노동계 화두인 것 같네요. 성황리에 끝난 드라마 ‘미생’의 인기와 맞물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오늘은 2014년 마지막 날을 맞아 관련한 소식을 소개하려 합니다. 경향신문은 5면 <비정규직 노동자 미생들의 송년>이라는 제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해 소망과 목표를 물었습니다. 

“송년회를 가거나 부모님 얼굴을 뵈면 ‘내가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들어 마음이 아플 것 같고, 그런 내 표정을 지인들이나 부모님도 눈치채실 것 같아 안 간다”는 한 중학교 영어회화 강사의 말이 참 짠합니다. 

   
▲ 경향신문 12월31일치 5면.
 

경향은 <40대 일용직 세밑 쓸쓸한 죽음>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40대 일용직 노동자가 홀로 숨진 지 20일이 지나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국민일보는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더 벌어졌다>라는 기사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총액은 330만7000원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3000원 늘어났습니다. 반면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40만3000원으로 1만7000원이 줄었습니다. 

국민일보는 “정부도 이 같은 비정규직·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특위를 통한 대책 마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면서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인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등 차별을 줄이는 방향이 아닌 정규직의 처우를 낮추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국민일보 12월31일치 8면
 

국민일보는 사설 <공공기관 인턴제도가 실적관리에 불과했다니>에서는 “공공기관이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인턴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인턴들이 소모품처럼 버려지고 있다”며 “관공서 청년인턴들은 다양한 행정업무 경험을 쌓으면서 정규직이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최저임금을 받고 서류 복사, 행사 뒤치다꺼리 등 잡일에 시달리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나가는 실정”이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학교 대자보를 통해 날선 비판을 가한 경희대 최휘엽씨를 인터뷰했는데요, 최씨는 “최 부총리가 내놓은 경제정책들은 20대의 평범한 대학생이 보기에도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최씨는 “(정부가) ‘노동유연화’라는 칼날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 청년들과 여성 노동자들을 베어 버리고 정규직마저도 베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 서울신문 31일치 2면.
 

한겨레는 <정규직 전환 의사도 묻지 않고…정부 ‘비정규직 설문조사’ 엉터리>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고용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근거, 즉 고용부가 발표한 기간제 노동자 관련 설문조사가 엉터리였다고 고발했습니다. 한겨레는 “설문조사 문항에 이들 기간제 노동자한테 정규직 전환 의사를 묻는 질문은 아예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 이윤주 사회부 기자는 이와 관련해 “이러니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한국노총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방안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69.2%가 기간 연장에 반대했다. 고용부 설문조사 결과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묶이는 기간 제한 자체를 반대하고 궁극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원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습니다. 

   
▲ 한국일보 12월31일치 10면.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대책안에 대해 “현행법의 ‘기간 제한 2년’ 규정을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일자리에 적용하도록 하면 된다”며 “2년이 지난 일자리는 어차피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이니 사람이 바뀌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는 또 고용노동부가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과 관련해 이를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기업 반발에 슬그머니 후퇴했다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관련기사 : ‘위험업무 도급 금지’한다더니 슬며시 후퇴>

반면, 조중동 그 가운데에서도 중앙일보는 노동개혁의 당위를 피력하면서 정부가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앙은 “비정규직 대책은 노동시장 개혁의 출발점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은 없다. 노동계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재계는 방어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며 자본의 논리를 대변했습니다. 

   
▲ 30일 씨앤앰 장영보 사장(왼쪽)과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가운데), 김병수 씨앤앰 협력업체 대표가 계약종료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씨앤앰)
 

반가운 소식하나 전해드립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씨앤앰 노사가 ‘해고자 재고용’에 잠정 합의했다는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 씨앤앰 노사 ‘고용승계’ 잠정합의 “일터로 복귀한다”> 쌍용차에서도 좋은 소식 들리면 좋겠는데요, 한 해 고생 많으셨어요. 이창근 실장님, 김정욱 사무국장님.

 

   
▲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 위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오른쪽),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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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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