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새로운 해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2015년 한국사회 퇴행현상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과)는 사회 퇴행현상이 두 가지 면에서 진행된다고 봤다. 첫째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해 사회적 연대에 무관심하게 되는 현상이다.
 
노 교수는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활철학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IMF 관리체제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적인 영역에서 불안이 팽배할 때 국민 각자는 개인적인 영역으로 숨어버린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올해 지상파와 뉴스의 영향력이 계속 줄어들고 케이블·종편과 연애·예능 프로그램 영향력이 커진 것은 공적인 문제해결에 무기력해지자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삶의 영역을 축소한 결과”라며 “2015년에는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모바일융합학과)는 사적영역에서도 보안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교수는 “지금까지는 자신의 스마트폰, 자신이 가입한 웹사이트 관리만 하면 문제가 없었는데 정부에서도 장려하는 사물인터넷(각종 사물에 통신 기능을 내장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등이 앞으로 상용화되면 내 활동정보를 내가 관리하지 못하게 되면서 보안·안전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가까운 미래에 보안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이버 영역에서 기술적인 보안 문제는 언제든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퍼질 수 있다. 민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해킹 사건에서 보듯 네트워크 환경으로 변하면서 안전망에 난 구멍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대비책이 부족하다”며 “한수원 해킹도 이미 해킹이 됐다는 사실 자체로 보안이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떤 혼란이 초래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선체가 침몰하고 있다.
 

두 번째 퇴행은 현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미래의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고 과거의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지난 12월 10일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에서 벌어졌던 극우 테러와 같은 사건이다. 노 교수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미래적 가치인 대화와 토론을 통한 사실 확인이 아닌 과거 가치인 ‘빨갱이’ 관점을 통해 현재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극우 테러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노동여건도 더욱 퇴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요구대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내년부터 비정규직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올 한해도 지속됐던 노동자에 대한 공격 가속화된다는 신호”라며 “민주노총 새로운 위원장에 총파업을 주장했던 후보가 당선된 것이 2015년에 유일한 변수”라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교양학부)는 “결국 정치가 재구성되기 전에는 국민들이 마음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른 채 2016년 총선·2017년 대선만 바라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없을까? 노명우 교수는 “올해 나빠진 사회적 환경에 대항할 조건들이 보인다면 새해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며 “퇴행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SNS 등에 저주와 불만을 반복하는 식의 구조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연말에 이슈가 된 미생과 조현아 사태를 보면 2015년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다시 키워드로 나타나야 한다”며 “미생 열품은 비정규직들인 미생들이 살생되고 확인 사살되는 현실을 반영했고, 조현아 사태는 가진자들의 횡포에 대한 분노가 응축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불평등과 갑질에 대한 해소가 아래로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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