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조금 풀렸다는데 굴뚝은 여전히 추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쌍용자동차, 케이블방송 씨앤앰, 화학섬유회사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은 좀체 끝날 것 같지 않네요. 

오늘(30일) 첫 번째로 전해드릴 소식은 정부가 29일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입니다. 대책안에는 △비정규직 계약기간 최대 4년까지 연장 △고령자와 전문직 등에서 파견직 허용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규모 제한 △노사합의로 추가근로 허용 △해고 가이드라인 마련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생명 안전 관련 업무에 비정규직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경향신문 33일치 보도.
 

하지만 ‘장그래 구제법’이냐 ‘장그래 양산법’이냐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날치 다수의 주요 일간지는 정부 대책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는데요,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도 관련 소식을 보기 좋게 정리했습니다. <관련기사① : 비정규직으로 살기 싫은 당신이 봐야 할 11문 11답>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 성향의 신문은 정부의 대책안에 대해 비판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경향은 사설을 통해 “(이번 대책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 철폐라는 사회적 요구와는 정반대”라며 “정규직을 흔들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인 데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조차 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고용기간 제한을 4년으로 연장하면 현재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비정규직 규모는 자연스럽게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기간 연장 조처는, 숙련도 높고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조차도 더 길게 비정규직으로 부릴 수 있는 기회를 기업에 주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을 이유도 줄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② : 불법파견에 ‘면죄부’…사내하도급 정규직 전환 막을 수도, 노동계 “원하는 건 연장이 아닌 채용” 경총 “인건비 부담…기업 사정 외면”(경향)>
<관련기사③ : 비정규직 2년→4년…‘장그래 양산법’ 내놓은 정부, (한겨레)>

국민일보도 우려를 표했는데요, 최근 노동 쟁점에서 국민일보는 좋은 기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정규직 전환 대신 계약기간 장기화…장그래 방지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회사의 일원으로서 계속해서 일하고 싶어하는 장그래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해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당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한 축인 노동계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 난항을 예고했다”고 전망했네요.

사설에서도 국민일보는 “2006년 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도 2년만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는 좋은 취지를 들어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을 통과시켰다”며 “그러나 그 후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법 시행 2년이 되기 전에 ‘100만명 해고대란’이 온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일보는 “결과적으로 해고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사용자들이 2년이 되기 전 기간제 근로자와의 계약을 만료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부가 이제 와서 다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보수언론은 어떨까요. 동아일보는 기사 제목을 <‘장그래’ 구하기 나섰지만…노사 모두 반발>로 뽑으며 관망하는 논조를 보였습니다. 

   
▲ 조선일보 30일치 보도. 조선일보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조선일보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장관은 2년에서 4년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정부안에 대해 “2년 이상만 근무해도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42.4%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며 “4년 정도 근무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 밖의 노동 현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코오롱 해고노동자의 10년 투쟁이 막을 내렸다는 소식입니다. <관련기사④ : 코오롱 해고노동자, 10년 복직싸움 마무리(미디어오늘), 코오롱 해고자 ‘10년 투쟁’ 막내려(한겨레), 코오롱 10년 갈등 씻고 정리해고자들과 포옹(한국일보)>

코오롱은 노사문화발전을 위한 기금을 제3의 기관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코오롱 정리해고자들을 비롯한 노사갈등 개선을 위해 사용하기로 해고노동자들과 합의를 했다고 해요. 코오롱은 2005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82명을 해고한 바 있죠. 최일배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장은 단식농성을 40일간 지속하다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었죠. 

   
▲ 조선일보 30일치 보도.
 

보수언론도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아무래도 노사가, 특히 회사가 ‘기부’를 통해 화합을 이끌었다는 스토리는 구미가 당기겠죠. 조선일보는 제목을 <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勞使不二’ 정신이 화해 이끌어>라고 뽑았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부산‧충남 지역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방문 건강 전담 인력들이 연말 집단해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들은 새해가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는 데, ‘12월31일의 해고장’이 날아들었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⑤ : 비정규직 방문 간호사 195명 ‘연말 해고장’>

한겨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안 첨단산업센터 건물에서 일을 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하청업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해고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로부터 용역을 받아 건물 관리를 해온 하청업체가 내년 3월 교체되는 데 고용승계를 보장할 수 없어서입니다. <관련기사⑥ : 상암DMC 청소노동자의 ‘고용 불안’>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난 14일 오전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부의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공장 밖 동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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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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