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8일에 연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 대한 논란이 거셉니다. 이 자리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부단체장과 관계 부처 차관이 참석했습니다. 

정부는 경제단체들이 건의한 규제 개선 과제 153개 가운데 114건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답니다. 이번 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단두대 처형 방식으로 한꺼번에 과감히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이 강합니다.

   
▲ 한겨레 29일치 1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정부 “지주회사 규제완화” 재벌에 연말 선물 안겼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더 쉬워지도록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재벌 규제 허물기에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 완화(100%에서 50%로) △기업공시제도 약화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 등을 근거로 들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계소득 증대와 경제 민주화를 통한 성장전략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 초기 정책 기조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평가했습니다. 

<관련기사① : 박근혜 정부, 경제 살린다더니…재벌 살리기 ‘올인’>

반면, 보수언론은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죠. 조선일보는 1면 <핵심은 못 건드린 ‘규제 기요틴’>에서 “정부가 덩어리 규제를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놓고 척결하겠다고 했지만, 노동‧수도권‧서비스업 규제 등 핵심적인 영역에서는 정치권 및 이익집단의 벽에 부딪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 조선일보 29일치 3면.
 

조선은 “정부가 앞으로 추가 논의하겠다고 분류한 23건의 규제에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2년 규제 등 노동 관련 규제와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축 제한 등 수도권 규제 등이 들어 있다”며 “시장과 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규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앞으로 정치권과 이익집단의 반발을 돌파해야 하는 지금까지의 위치에서 진전이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관련기사② : 수도권 공장‧원격진료‧學校옆 호텔, 한발도 더 못뗐다>

동아일보 역시 더 거세게 몰아붙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아일보는 사설 <‘규제 기요틴’ 외치려면 수도권 규제부터 정면돌파하라>를 통해 “이번 조치에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노동 관련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핵심적인 규제 혁파가 빠진 것은 대책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③ : 이해관계 얽힌 수도권-노동규제는 손 안대>

경향신문은 업무특성상 장기간 간접흡연에 노출된 노동자가 폐암에 걸린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경향은 “정부가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음식점, 카지노, PC방, 나이트클럽 등 고객들의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관련기사④ : 35년 고깃집 근무 폐암 ‘간접흡연’ 인정 첫 산재>

경향은 또 지난해 이자와 배당과 같은 금융소득만으로 연간 5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초고액 자산가가 300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죠. 천천히 읽어보세요. <관련기사⑤ : 돈이 돈을 벌거나, 일은 해도해도 쪼들리거나>

   
▲ 서울신문 29일치 10면 기획.
 

서울신문은 <파일 정리, 행사 뒷정리…소모품처럼 사라지는 관공서 미생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관공서에서 경험을 쌓는 청년인턴의 현실을 담아냈습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실적 내기식’으로 인턴을 고용해 청년 고용률 통계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저임금만 받고 잡일을 하다가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얘기인데요, ‘미생(未生)’이라는 문화콘텐츠 힘일까요? 비정규직에 대한 언론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소식은 주요일간지에서 오늘 보이지 않네요. 하지만 지난 주말 인터넷에는 많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관련기사⑥ : 쌍용차 고공농성 해고자 아내의 편지 “아직은 울지 못하겠습니다”(한겨레), 노동계 ‘쌍용차·코오롱 정리해고 철폐 촉구’(연합), ‘굴뚝 농성’ 쌍용차 공장서 정리해고 철회 집회(노컷), 당신의 ‘쌍코피’가 세상을 바꾼다, 아름답게(프레시안)>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70미터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공장 앞에 모인 700여명의 노동자를 위해 이창근 실장은 굴뚝에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분필로 남겼다. (사진 = 이창근 페이스북)
 

한상균 후보의 당선 유력 소식을 전하면서 동아일보 기사를 소개한 적 있었죠. 동아일보는 오늘치 사설 <“즉각 총파업” 새 민노총 위원장, 내년 노사관계 걱정된다>를 통해 예상대로 엄살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동아는 “첫 직선제로 치러진 민노총 지도부 선거에서 강경파인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노조 지부장이 새 위원장에 당선돼 노정(勞政)-노사관계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아는 “경제가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호응을 얻을 수 없다”며 “민노총도 시대 변화에 부응해 과거의 투쟁만능주의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에는 파업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신호를, 노동계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사설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Keep your place’,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 보수언론도 시대 변화에 부응해 과거 자본편향일변도 노선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말이죠. 생명의 싱그러운 기운이 사그라지는 시대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오른쪽),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 위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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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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