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누구나 축복받아야 하는데, 이 일곱 글자가 야속해지는 하루네요. 간밤에 산타가 ‘굴뚝’에 들렀나요? 간절히 바라던 ‘해고자 복직’이라는 선물을 두 분(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에게 주고 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그 선물을 개봉하지 않았다고 믿어봅니다. 

   
▲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70미터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왼쪽)과 김정욱 사무국장 모습. (사진 = 이창근 페이스북)
 

가수 이효리 덕분에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참 좋은 말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한 대목을 적어 놓을게요. 소길댁은 참 마음씨가 고와요. 

“해고자들이 정말 복직되는 것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회사가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원하는 건지 몰랐으니까요. 복직을 원하면 제가 하는 행동이 맞지만, 단순 복직이 아니라 사과를 받는 게 우선이면 티볼리(쌍용차의 신차)가 잘 팔려서 복직되는 건 의미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제 행동이 누가 되진 않을까, 그분들이 자본과 맞서는 숭고한 정신을 내가 자본으로 해결하려 하면 잘못된 생각이지 않을까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해고자 분들께 여쭸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올렸죠.”<한겨레 인터뷰(하), 이효리 “어려서 배운대로 할 뿐…남편 만나 변한 것 아냐”>

   
▲ 한겨레 23일치 기사.
 
   
▲ 쌍용자동차 신차 티볼리. (사진 = 쌍용자동차 페이스북)
 

이 인터뷰 이후에 무료로 신차 티볼리 광고 모델을 하겠다는 이효리 제안(?)을 쌍용차가 거절했다는 기사도 나왔잖아요. 이효리가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던가요? 쌍용차는 왜 ‘오버’를 하는 건지 웃음이 나와요. 또 이창근 실장 이름을 ‘이창극’으로 작성한 한 매체 기사를 언론들이 너도나도 확대 재생산했죠. 참 ‘나쁜’ 언론들이네요. <관련기사 : 쌍용차, 넝쿨째 굴러온 이효리를 걷어차다, ‘이창극’이 아니라 ‘이창근’입니다(미디어오늘)>

오늘(25일)치 소식 소개해드릴게요. 그전에. 이 실장님, 미워요. 미디어오늘이 아닌 경향신문에 ‘굴뚝에서 온 편지’를 보내셨더라고요. 제게도 답장하셔야죠? 신년호가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이 글도 한 구절만. 

“열사나흘 밤낮으로 굴뚝을 본다. 바람에 쓸려 자취를 감춰버리는 흰 연기 닮은 어떤 이들을 생각한다. 쓰러지고 태워지고 갈기갈기 찢겨 사라진 26명의 동료들을 생각한다. 그 이름들, 이젠 찾아주고 싶다.”

민주노총 직선제 위원장 선거에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기사들도 있네요. 한 전 지부장은 2009년 쌍용차지부장을 맡았잖아요. 77일 옥쇄파업을 주도하다 3년동안 구속되기도 했고요. 두 분이 하고 있는 ‘고공농성’도 171일간 강행한 바 있고요. 그것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어깨도 무거울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 산별노조 아닌 현장 출신 “노동자 총파업 의지 표출”(경향)>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25일치 경향신문에 기고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가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법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 때처럼 목숨 걸고 오체투지에 나선다는 의미로 소복을 입었다. 목숨을 걸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물음을 던지고 싶다”는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 절규를 사람들이 외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관련기사 : 온몸 차가운 바닥 닿아도 비정규직보다 서러우랴(미디어오늘)>

우울한 소식뿐인데, 대법원이 지난 24일 5년 넘게 복직 투쟁을 해온 대림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했습니다. 대림자동차 노동자들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겠네요. 

재판부는 “당시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거나 공정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림자동차는 아시다시피 오토바이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2009년 11월 회사 는 경영상 이유로 직원 665명 중에서 193명을 희망퇴직으로, 47명을 정리해고로 내몰았습니다. <관련기사 : 대법원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무효” 5년간 복직투쟁 노동자들 손 들어줘(국민일보)>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소식도 있네요. 노사정위는 지난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는데요, ‘정규직 과보호론’ 등 강경한 정부 태도에 향후 노동계가 끌려 다니지 않겠냐는 우려가 쏟아졌죠.

한겨레는 노측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 위원장은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5년으로 늘리고 55살 이상 노동자나 전문직 등한테는 파견 노동을 전면 허용하는 등 정부가 검토 중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는데요, 지켜볼 일입니다. 

<관련기사 : “‘비정규직 대책’ 일방추진 땐 노사정위 탈퇴”(한겨레)>

주요 일간지들도 사설을 통해 ‘정규직 과보호론’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 등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노동 분야에 돈을 투자하는 데는 인색하지 그지없다”며 “실업급여 확대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직무급제 도입 준비, 모성보호,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겨레 25일치 보도.
 

한겨레는 노사위 대표성을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사회적 합의로서 힘을 갖기에는 참여 주체의 포괄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전체 노동자의 4.6%만 대표할 뿐이고, 양대 노총의 하나인 민주노총은 아예 빠져 있다. 두 노총이 모두 참여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직률이 10.3%에 그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려면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을 동참시켜 노사정위의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이를 위해선 노조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태도부터 거둬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정부의 노동유연화 방침에 쌍수를 들었던 중앙일보는 “지레 실망하거나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판을 깨서는 안 된다”며 “우선 이번에 노사정위가 어렵사리 합의의 틀을 마련한 것 자체가 뜻깊다.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기본 정신을 살리면서 이번 합의를 실질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의미부여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제 크리스마스 트리를 카메라에 담아 보려 시내로 나갔습니다. 시청 앞 거대한 트리가 있더군요. 굴뚝을 잘 타는 산타가 쌍용차 굴뚝을 외면하지 않았길 바라며 사진도 보냅니다. 다시 한 번 메리크리스마스. 

   
▲ 서울 시청 앞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 = 김도연 기자)
 

 

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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