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이 드디어 도입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1월 말부터 EBS에 MMS를 허용하기로 했다. MMS는 멀티모드 서비스의 줄임말로 디지털 압축 기술로 1개의 지상파 주파수를 쪼개 여러 채널을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2012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MMS가 가능하게 됐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반발로 도입이 지연돼 왔다. 

MMS가 허용되면 한 채널을 최대 4개로 쪼갤 수 있지만 EBS는 일단 1개 채널만 추가하게 된다. EBS는 신설 채널에 초·중등교육 등 정규교육 및 영어 등 외국어 교육, 다문화 교육 등 교육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방영한다는 계획이다. EBS의 MMS 채널에는 공익광고 외의 상업광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EBS의 MMS 채널은 의무재송신 대상이 아니라 케이블과 IPTV 등에 재송신하려면 별도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방통위 방송정책국 양한열 과장은 “현재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은 KBS1과 EBS 2개 채널 뿐”이라며 “EBS MMS 채널을 시청하려면 직접 수신 안테나를 설치하거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EBS와 협의를 통해 재송신을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설 채널에 광고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유료방송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KBS 등 추가 허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EBS 사옥.
 

이날 회의에서 KBS도 MMS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MMS는 시청자 공익을 위한 정책이고 KBS는 국가기간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KBS의 MMS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은 1998년에 MMS를 실시했으며 영국은 MMS로 40여개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많이 뒤쳐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재홍 상임위원도 “KBS는 언제든 MMS를 실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MMS를 빠른 시일 내에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광고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에 능력을 갖춘 방송사가 MMS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KBS의 경우 상업광고 없는 추진안을 내놓았지만 적절한 콘텐츠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향후 KBS와 다시 논의를 거쳐 시범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3일 한국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MMS를 두고 성명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상파방송사가 주축인 한국방송협회는 전면적인 MMS 도입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방송협회는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방송 시대와 동일하게 오직 5개의 지상파 채널만 볼 수 있는 왜곡된 디지털 시청 환경 속에 살고 있다”며 “시청자의 무료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위한 전면적인 지상파다채널 실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성명에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위한 지상파 다채널 전면 허용요구는 명분을 위한 거짓 구호일 뿐, 속내는 ‘광고수익 확대’”라며 “이러한 우려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상업광고를 배제하고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는 “지상파 다채널방송이 유료방송과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지상파방송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방향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배춘환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이 23일 열린 전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