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발송이 좀 늦었네요. 미디어오늘 지면 마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 오전에 끝날 줄 알았는데 꽤 걸렸습니다. 정신없네요.

오늘(23일)은 노동 관련 소식이 많네요.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습니다. 교육, 노동, 금융, 공공부문 등 핵심분야 ‘구조개혁’을 내세웠는데 박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부문은 바로 ‘노동’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를 분명히 했습니다. 

   
▲ 중앙일보 12월 23일치 1면.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 △원·하청(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근로시간 감축 및 인력 운용 확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개편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연공급(호봉제) 형태로 돼 있는 정규직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겠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 55세 이상에 한해 파견노동자를 전면 허용하고, 현 기간제 2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중앙일보는 “노동시장 개혁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개혁을 밀어붙이자면 여론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기치로 이른바 ‘장그래 구제법’을 들고 나온 이유”라고 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보수 언론은 정부안에 쌍수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 개혁 등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근본 처방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논란의 소지가 큰 이런 일을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는 노사정 논의에 악재가 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국민일보 12월 23일치 4면.
 

전날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국민일보도 <‘구조개혁’ 대명제 들고 나왔지만 ‘실행전략’은 없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사정위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가 진행되는 와중에 정부가 섣불리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추진 등의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노동계 불신이 커지고 있어 논의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소식은 철도 노조 소식입니다. 지난해 12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 ‘철도 민영화 저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가했던 철도노조 간부들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가 됐었는데요, 법원이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경찰이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경향신문사를 강제진입하기도 했었죠. 

재판부는 철도노조 파업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지만 회사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었다면 노조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기사 : “예고된 파업, 업무방해죄 아니다”…법원 ‘전격성’ 인정 안해(한겨레)>
<관련기사 : 철도노조 파업 ‘전원 무죄’…법원, 업무방해죄 남발에 제동(경향)>

쌍용차 소식을 놓쳤네요. 한겨레에서 다뤘습니다. 인권단체들이 굴뚝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두 분(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 이행을 회사 측에 촉구했다는 소식입니다. 미디어오늘도 관련 소식을 다루었습니다. 

<관련기사 : “쌍용차, 굴뚝 농성자 인도적 지원하라”(한겨레)>
<관련기사 : “쌍용차 고공농성, 하루 한끼로 버티라고?”(미디어오늘)>

다산인권센터와 한국앰네스티 등 20여개 인권단체가 지난 22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일 3끼식사 제공 △최소한의 방한용품 제공 △의사소통에 필요한 배터리와 전기 공급 △의료진의 건강검진과 의약품 등을 요구했습니다. 당연한 인권을 자본은 왜 외면하려는 걸까요. 한겨레는 가수 이효리를 인터뷰(“약자 멸시하면 화 솟구쳐…고공농성 두분에 힘 됐으면”)했습니다. 이효리씨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지지하는 SNS를 올려 화제가 됐었죠. 두 분에 대해선 “손 내밀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트위트를 쓰고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네요. 부럽네요. 정말 부럽네요.

   
▲ 비정규직 법제도 완전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 (사진=정택용)
 

그 밖에도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대방동 기륭전자 농성장 앞에서 ‘비정규직 제도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습니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은 미디어오늘에 기고를 하셨네요. 같이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 “도대체 어찌해야 합니까”(경향)>
<관련기사 : 비정규직 법제도 완전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미디어오늘)>

소식 하나 더 전달해드릴까 합니다. 22일 씨앤앰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이들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수개월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었잖아요. 

20m 전광판 위에서 4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임정균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과 통화를 했습니다. 현재 임정균씨와 강성덕씨의 건강 상태는 좋지 못합니다. 지친 심신으로 잠깐잠깐 정신을 놓기도 해 움직일 수 있는 몸의 반경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근육통도 호소하고 있고요. 임씨에게 이창근 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에게 하고픈 말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 지난 11일 오후 의료진의 방문이 끝난 후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임정균(왼쪽), 강성덕 씨가 본지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쌍용자동차 선배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들을 했을 텐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다시 올라갔을까 생각이 듭니다.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은 다 썩었다, 막장이라고 분통을 터뜨렸어요. 우리가 서 있는 전광판보다 (굴뚝은) 훨씬 더 높고 조건이 좋지 않을 텐데 두 분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어려운 결정과 실천, 존경합니다. 같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길 바라며 굳건하게 버티고, 건강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굴뚝에 보내는 편지①] 굴뚝에서 생일을 맞은 쌍용차 노동자 이창근에게
[굴뚝에 보내는 편지②] “티볼리 잘 팔리면 비키니 댄스 추겠다”… “추위는 견딜 수 있지만”
[굴뚝에 보내는 편지③] 굴뚝일보 창간 “세상의 평화를 기원”…쌍용차 송년회는 행복과 웃음 깃들길

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