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 지난 14일 오전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부의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공장 밖 동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싸락눈이 내렸습니다. 그곳은 비가 내린 것 같던데…. 이제는 감기가 걱정이네요. 제가 중년 아저씨들 건강까지 걱정할 줄이야. 어제는 시끄러웠습니다. 아시다시피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잖아요.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 바늘 위에 올라탄 기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각 언론사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먼저 소개해드릴까 해요.

조선일보 : <憲法이 대한민국을 지켰다>
중앙일보 : <종북에 대한 헌법의 반격>
동아일보 : <자유민주 헌법, 종북을 해산하다>
한겨레신문 :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
경향신문 : <‘사회적 다양성’에 사형선고…한국 민주주의 위기>

   
▲ 조선일보 20일치 1면.
 

역시 조선이 눈에 띄네요. 조선은 사설 <從北 통진당 대한민국 헌법이 심판했다>에서 “헌재가 이번에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통진당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헌정 질서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국민적 공감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헌법(憲法)을 지켜냈다”고 추켜세웁니다.

선뜻 동의하게 어려운데요,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가 쓴 기자수첩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알까면”, 헌재 결정문의 기상천외 논리>를 한 번 읽어 보시면, 헌재 결정이 조선의 말대로 헌법을 지켜낸 것인지 추정과 단정이 그득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쌍용차 소식이 많네요. 한겨레 토요판에 이창근 실장(현재 굴뚝에 오른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이 기고를 했더군요. 제목은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따로 자세히 소개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한구절만 간단히 적어 놓겠습니다. “차가운 날씨는 견디면 되고, 내리는 비는 부는 바람에 맡겨 말리면 되고, 쏟아지는 눈은 눈사람을 만들어 벗 삼으면 된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우리가 바라는 건 공장 안 동료들의 따뜻한 시선이며 악수다.” 

   
▲ 한겨레 토요판 20일치 기사.
 

경향도 이날치 10면 <손잡은 기업노조·금속노조 쌍용차 공장 안에서 메아리>를 통해 공장 안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노사 대화를 통한 해고자 해법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또 종교계 등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얘길 합니다.

경향신문 박철응 기자는 기자칼럼(‘긴박한 생존상의 필요’)을 통해 “쌍용차 해고자 2명이 평택공장 안 굴뚝 위에 올라간 지 일주일째”라며 “6년을 싸워온 강건한 노동자들이지만 요새는 자꾸 눈물이 새어나온다. 격한 어조로 회사를, 정부를, 사법부를 성토하던 이들이 이제는 ‘제발 손을 잡아달라’고 읍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 경향신문 20일치 기사.
 

박 기자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신규 채용 시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년 1월이면 신차 ‘티볼리’가 출시되고 일손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티볼리’ 출시에 맞춰 내년 1월12일쯤 방한해 공장 안 기업노조와 해고자 복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효리의 효과도 컸습니다. 쌍용자동차의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해고자들이 복직되길 희망했던 그의 SNS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았습니다. 어뷰징(검색어를 가지고 기사를 찍어내는 행위)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오늘, 좋은 소식이 많네요.

   
▲ 쌍용자동차의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해고자들이 복직되길 희망했던 이효리의 SNS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언론사들은 어뷰징을 통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이효리 소식을 전했다.
 

그 밖에 알려드리고 싶은 이슈는 “과중한 업무와 임신부에게 유해한 약품 분쇄 작업을 하다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과 아이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입니다. <관련기사 : 법원 ‘선천성 질환 아이’도 첫 산재 인정> 근무환경 때문에 질병을 안고 태어난 아이로 근로자에게 산재가 인정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프레시안에도 좋은 뉴스가 있네요. 프레시안은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와 인터뷰를 통해 산재를 받지 못하는 조선소 노동자를 조명했습니다. <관련기사 : 119 대신 트럭…철판 깔려도 “집에서 다쳤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 편지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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