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이제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정으로 돌아가 가정에 충실하겠다.”

지난 여름 세월호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막말로 논란이 됐던 보수단체 엄마부대봉사단 주옥순 대표는 통합진보당(진보당) 해산 결정이 나자 눈물을 글썽이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겼다.

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결정 선고일인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근처 SK재동주유소 앞에서 400여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어버이연합을 이끄는 한겨레청년단 박완서 부총장은 “오늘은 대한민국 마귀의 뿌리가 뽑히는 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완수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진보당 해산 결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폭죽을 준비했다. 집회 도중에 경찰에게 폭죽을 압수당하자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근처 도로 사거리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폭죽을 내놔라, 경찰이 강도짓을 하느냐”며 소리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는 “우리는 배가 고파서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왔고 북한에서 자식을 굶겨 죽여봤다”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행복인지 모르는 이정희와 이석기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결정 선고일인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근처 SK재동주유소 앞에서 400여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있다.
 

서북청년단 정함철 대변인은 해선 결정 선고 전 “해산되지 않는다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서북청년단이 재건됐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진보당 해산이 끝이 아니고 지금까지 안보불감증에 빠져있었던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언론노조를 통해 언론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례가 많은데 언론들도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어버이연합 회원은 “해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조건 해산돼야 정의가 바로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바로 옆에서는 애국법제정과 반공법 부활을 촉구하는 대국민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집회에 참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점점 늘어났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나타나자 정점을 찍었다. 변 대표는 “오늘 진보당 해산이 날 것 같은데 이 축제를 시작으로 우리는 더 큰 싸움을 해야 한다”며 “한 걸음 더 나가는 계기”라고 말했다.

엄마부대봉사단 장은주 경기도대표는 “요즘은 종편들도 박근혜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 존재다”라며 “대통령과 싸울 시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결정 선고일인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근처 SK재동주유소 앞에서 400여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엄마부대봉사단 장 대표는 “황선 같은 여자는 북한에서 애를 낳았으면 거기서 살지 왜 여기로 넘어와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토크콘서트에서 있었던 테러에 대해서는 “학생(테러범)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마음 아프지만 자식 같은 아이에게 어른들이 배후로 나섰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느냐”고 대답했다.

오전 10시 40분경 진보당 해산결정 소식이 집회 현장에 전해지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진보당 현수막을 찢으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현수막을 다 찢고 나자 애국가를 제창하면서 서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했다.

보수단체 새마음포럼 박진규 고문은 “진보당 해산 결정 소식을 듣고 나니 날아갈 것 같다”며 “오늘 나오기 전에 집에다가 태극기를 게양하고 나왔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이제 민주당 해산하러 가자”고 말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은 10시 종로구 재동 레미안갤러리 앞에서 천여명이 모여 해산 선고를 기다렸다. 그리고 10시 30분경 해산 결정 소식이 들려오자 울분과 한탄의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선고직전 진보당은 “1987년 민주 헌법의 산물인 헌법재판소는 그 민주 헌법을 이끌어냈던 시민의 목소리에 반드시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믿는다”며 청구 기각에 기대를 걸었지만 해산 결정이 나오자 “비록 헌재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했지만 우리는 진보 민주주의의 가치와 노동자들을 위해 끝까지 살아남겠다”며 해산 반대 투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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