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구부러진 펜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펜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펜을 보며 늘 반성한다. 펜을 바로 세우려는 분들의 노력에 감사를 느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30주년 기념식이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기념식과 함께 열린 민주시민언론상 시상식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받았다. 이날 민언련은 ‘30주년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시민언론상 시상식에서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받았으며 지역독립언론인 울산저널이 특별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가 유가족이자 시민으로서 KBS보도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등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는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수상한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를 대표해 동혁군 어머니 김성실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가 가족대책위를 대표해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김씨는 “참사 이전까지 ‘기레기’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살았지만 4월 16일 전원구조라는 보도가 오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우리는 처음으로 언론의 문제를 인식했다”며 “이후 언론의 많은 문제들을 목격하게 됐고, 언론보도에 항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언련 회원들에게 “우리보다 앞서서 잘못된 언론에 맞서 싸운 분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30주년 기념식에서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30주년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 대표는 “민언련은 동아투위, 조선투위, 80년 해직언론인 등 선배 언론인을 필두로 모든 민주언론운동세대, 시민과 진보적 연구자, 대안언론인들이 언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연대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은 축사에서 민언련이 한국의 언론개혁을 위해 걸어온 길을 회상했다. 김중배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민언련의 초심을 떠올렸다. 김 대표는 “민언련의 전신인 언협의 창립선언문 가운데서 ‘신문방송을 비롯한 오늘의 일체의 제도언론은 폭력’이라는 표현을 잊을 수 없다”며 “독재권력의 폭력에 맞선 저항선 최전선에서 민언련이 싸웠다”고 말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30주년 기념식에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송건호 선생, 리영희 선생, 성유보 선생같은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민언련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민주언론, 민주통일정부, 공정방송이 현실이 될 때까지 민언련 회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직기자들의 정신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해직기자 선배들의 정신은 ▲지적 치열함 ▲진실함 ▲성실함 ▲늘 낮은 곳에 있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였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종편의 정치적 의제설정력이 막강해지고 지상파는 무력해진 오늘날, 민언련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민언련 30주년 기념책자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강 위원장은 책자에 있는 민언련 로고를 가리키며 “여기 구부러진 펜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이 펜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휘어진 펜을 보며 늘 반성한다. 펜을 바로 세우려는 분들의 노력에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 문성근 백만송이국민의명령 대표, 김동원 푸른영상 대표가 30주년 축하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사회가 바로서기 위해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언련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언론을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1984년 박정희 정권 때 해직된 조선·동아투위 언론인들과 1980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만든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전신이다. 언협은 ‘말’지를 창간했고, ‘말’지는 보도지침 사건을 터뜨리는 등 민주화에 기여했다. 1998년 언협은 사단법인 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 개칭하고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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