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청와대에서 유출됐다는 박지만 EG 회장(박근혜 대통령 동생) 관련 문건 100여 장을 박 회장에게 전달했는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박지만 회장의 변호인이 최근의 세계일보 보도를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문건전달의 진위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회장 관련 문건을 받은 일이 없다는 박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세계일보측은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건넨 것은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12일부터 여러차례 박지만 회장과 만나 박 회장 관련 청와대 문건을 박 회장에 전달했으며, 전달하게 된 경위를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12일자에서 취재팀과 박 회장이 지난 5월 12일 만났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박 회장과 접촉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 유출 문건에 거론된 그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청와대 문서유출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한지 이틀만에 그와 마주 앉았다고 전했다.

문서에 대해 세계일보는 “A4용지 100여 장 분량이었으며, 대부분 문건은 박 회장을 둘러싼 주변 인사들과 관련한 내용이었다”며 “박 대통령 일가의 사생활을 다룬 내용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박 회장이 “청와대 내부에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다”며 우선적으로 유출 문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세계는 전했다. 이에 따라 세계일보는 “박 회장이 청와대 내부보안의 심각성을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위치라고 판단해 자료를 건넸으며 박 회장은 이를 청와대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의 변호인인 조용호 변호사(법무법인 새빛)는 지난 17일 언론에 전달한 자료에서 “박지만 회장이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로부터 청와대 유출문건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 기자를 만났을 때 조 기자가 유출문건을 가져와 박 회장에게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를 교부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박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적도 당연히 없다”고 밝혔다.

   
박지만 EG회장이 지난 16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던 장면.
@연합뉴스
 

조 변호사는 “박지만 회장이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와 만나 청와대 유출문건을 보고나서 국정원장에게 연락을 해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 회장은 국정원장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할뿐더러, 국정원장에게 직접 그러한 요청을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윤회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설과 관련해 조 변호사는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 자술서를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 회장은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도 없고, 잡아서 자술서를 받은 적도 없으며 그러한 내용의 언급을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측은 문건을 건넸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김준모 세계일보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건을 받지 않았다’는 박지만 회장 주장에 대해 “박 회장 주장은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며 “우리는 문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문건을 넘긴 시점이나 장소가 다른 것인지에 대해 김 기자는 “내일 아침에 (신문을) 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국정원장에게 유출경위 조사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박지만 회장 주장에 대해 김 기자는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보안시스템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세계일보 주장과 관련해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이들의 실상을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건을 당사자와 청와대에 넘긴 행위가 온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기자는 “어떤 보도를 언제할지는 편집권에 해당하며, 우리 보도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보안시스템의 심각성 문제 뿐 아니라 박지만 회장과 관련된 문건의 실체 여부를 당시엔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를 두도 김준모 기자는 “언제 기사를 내보낼 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로, 언론윤리를 저버렸느냐고 우리에게 얘기한다면 이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윤회씨를 비롯해 청와대 3인방 등 이른바 ‘십상시’의 국정관여의 실체를 밝히는 것 보다 문서 유출과정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김 기자는 “사건의 진실규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박 회장과 만난 것으로 지목된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18일 “우리 입장이 담긴 보도를 할 것”이라며 “박 회장은 그분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행간으로 읽었다. 서로간의 용어와 관련해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윤회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박 회장측(조 변호사) 주장에 대해 시사저널 측은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