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신문사들과 지상파 공영방송사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방송통신정책 사안에 ‘자사이기주의’식 보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보도윤리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 17일 열린 총회에서 지상파UHD 일반표준 제정안을 부결시켰다. KBS와 MBC는 17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부결소식을 전했다. KBS는 ‘뉴스9’에서 <통신 재벌, UHD 무료 시청권 발목>을,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기술표준 또 발목 20조 날릴 판>을 보도했다.

KBS·MBC는 부결을 주도한 통신업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KBS는 “수억 원의 돈을 내고 협회의 의결권을 장악한 통신사들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UHD 표준안을 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KBS는 표준안이 부결된 배경에 관해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통신사들의 자본 논리가 방송기술의 발전과 국민들의 무료 시청권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역시 부결의 이유를 “의결권의 과반을 차지하는 통신3사가 황금주파수인 700㎒를 차지하기 위해 지상파 UHD 방송을 계속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지상파 UHD 방송이 늦어지면 문화 주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지난 17일 KBS <뉴스9>와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문제는 700㎒ 대역 주파수 배분 논쟁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이다. 현재 700㎒ 주파수에 재난통신망 용도로 20㎒ 폭이 우선 배분된 상황에서 잔여 대역을 차지하기 위해 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사가 대립하고 있다. 잔여대역을 할당받아 UHD방송을 도입하려는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선 UHD의 일반표준이 채택이 시급하다. 하지만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의결권자 과반이 통신업계 관계자이기 때문에 표준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지상파가 수세에 놓인 것이다. 

KBS·MBC의 통신업계 비판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갈등사안에서 반대측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하지 않았다. KBS는 “신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UHD 방송을 정식 기술로 인정할 경우 향후 주파수 배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속셈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보도 중 통신업계의 입장은 ‘신기술이 아니라는 주장’이라는 언급이 전부다. MBC에서는 통신업계의 입장은 보도되지 않았다. 

한편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놓고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신문들의 ‘자사이기주의’ 보도도 이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등이 담긴 지상파 및 유료방송 광고규제 완화에 관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는 현재 시간당 프로그램광고 6분, 토막광고 3분, 자막광고 40초 등으로 제한된 구분을 없애고 시간당 10~12분으로 광고의 총량만 규제하는 내용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광고시장이 한정된 상황에서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과 종편 등 방송채널 사업자들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종편을 소유한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는 ‘지상파 몰아주기’ 프레임으로 사안을 다뤘다. 그간 지상파방송사가 제기했던 지상파 역차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신문들은 중소PP가 손해를 입는다며 지상파방송사를 비판했다. 정작 종편은 광고 직접판매 허용 등 광고특혜를 받아 다른 PP들에게 손해를 입힌 당사자다.

   

▲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관련 최근 기사제목.

 

 

조선일보는 18일 1면에 ‘광고총량제’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은 <방통위, 지상파 편드는 정책 강행>에서 “방통위가 광고 시간을 늘려주는 것에 대해 과도한 ‘지상파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방통위는 광고 총량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영향에 대해 정확한 조사 자료도 없이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어 졸속 추진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에도 <지상파 편드는 광고총량제 연내 강행 논란>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5일 <방통위 각본에 들러리 된 전문위>에서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광고가 1500억~2500억 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워진 방송광고 사정에서 중소PP들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8일에도 <방통위,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 입법 강행> 기사에서도 같은 내용을 다뤘다.

매일경제 역시 지난 10일 <지상파만 배불리는 ‘광고총량제’>에서 “영세한 방송사업자들은 아예 문을 닫을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1일 기자수첩에서 “업계에선 방통위의 일방적 ‘지상파 편들기’를 비판하고 있다”며 “애초부터 유료방송을 배제하고 지상파 편향적인 분위기를 주도했단 얘기”라고 썼다.

   

▲ 지난 10월 1일 TV조선 <뉴스7> 보도 갈무리.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신문과 방송이 방송통신분야의 현안에서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들을 쏟아낸다”며 “이러한 보도를 통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보도윤리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추 사무총장은 또 “광고총량제 등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별로 논조가 상반돼 시청자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이기주의 보도의 원인에 관해 추 사무총장은 “언론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방송정책에 방송철학이 없는 것이 자사이기주의 보도에 일조를 했다”며 “미래부와 방통위, 방통심의위 등 관련 기관들이 시청자를 중심으로 한 일관된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