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17일 임시국회의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하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의 연내처리가 힘들게 됐다.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상임위원회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관련 논의가 불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정윤회씨 논란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보이콧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사실상 합산규제의 연내처리가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방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같은 날에 맞춘 것도 연내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미방위 일정과 전체 국회일정을 함께 고려하면 올해에 소위와 전체회의를 다시 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2월 정기국회 혹은 1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것 같다”고 밝혔다.

만일 여야의 조속한 합의로 소위가 연내에 다시 열린다 해도 합산규제 입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야당 관계자는 “합산규제 같은 쟁점사안에 대해 법안소위에서 여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표결에 부치기도 쉽지 않고, 만약 표결에 부치더라도 여야 5:5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법안을 표결 후 폐기시킬 바에야 계류시키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산규제 법안’은 지금까지 IPTV와 유료방송의 점유율을 따로 계산해 독점을 규제했던 방식에서 전체 방송 시장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규제 기준은 전체 점유율의 3분의 1이다. 합산규제를 적용할 경우 KT의 IPTV인 올레TV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이 28%에 육박하게 돼 추가 가입자 확보에 제동이 걸린다. 이 때문에 케이블업계와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T가 법안 처리를 앞두고 가입자를 33% 이상 확보해 법안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KT의 결합상품 홍보 현수막. 케이블업계는 KT가 부산을 비롯해 각지에서 공짜에 가까운 결합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방통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케이블업계과 KT의 반응은 엇갈렸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직접 “법안 통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법안처리에 전력을 다했던 케이블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김용배 팀장은 “케이블업계는 최대한 빨리 합산규제법안이 처리되길 원했지만 그렇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KT가 가입자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김용배 팀장은 “KT가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법안 무력화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그간 법안과 관련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며 “이 기회에 합산규제가 정말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규제가 적절한지에 관해 공청회를 여는 등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입자 유치를 통한 법안 무력화 의혹에 관해 KT관계자는 “실제 법안소위를 목전에 두고도 KT가 가입자를 많이 늘리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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