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벌일 수 있는 사회정치적 여건이지만 민주노총은 준비되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기호4번 전재환 후보는 기호2번 한상균 후보의 ‘총파업’ 투쟁론을 비판하며 ‘준비된 투쟁론’을 주장했다. 전 후보는 “정리해고요건완화, 비정규직 문제, 민영화 문제 등 총파업을 벌일 수 있는 사회정치적 여건이 좋아지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준비 부족으로 위력적인 총파업이 어렵다”며 “사안별 즉자적인 투쟁이 아니라 연대투쟁과 국민적 지지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7일 자정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민주노총 제8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조합원 직접투표 결선을 앞두고 미디어오늘은 결선투표에 오른 전재환 후보를 인터뷰했다. 기호4번 전 후보는 관료주의와 보수성으로 지난 지도부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전 후보는 “철도파업(2013년 12월 9일~30일)은 시기를 놓쳤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내부동력 형성이 미흡했다”며 “현장 동력을 조직하는데 무능했지만 투쟁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후보는 “사안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조직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총파업 만능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현장을 정치화 하는 사업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모금과 현장내 연대 집회 등 조합원이 주체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일상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비정규직 100만 조직화’다. 전 후보는 “청년세대의 조직화와 세대교체의 측면에서 민주노총의 미래는 비정규직 조직화 정도에 달려있다”며 “비정규제일주의를 정책과 사업에서 일관되게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비정규직 조직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비판이 있다.

   
▲ 기호6번 전재환 후보 (사진 = 전재환 후보 제공)
 

이에 전 후보는 “기존처럼 재정을 투입해 조직화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자체 요구에 기초해 지역본부,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힘을 모으는 비정규직 공대위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후보는 “소모적인 조직편제논란을 중지하고 비정규직의 결정을 존중하고 산별노조와 지역본부가 지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조직을 편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후보의 공약 중에는 진보정당 대통합과 주36시간 노동도 있다. 전 후보는 “민주노총이 진보대통합에 나서는 것은 절박한 자기요구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이라며 “진보정당의 난립을 정치적 자유로 보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배부르고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투쟁은 정권과 자본 공세에 대응하고 방어하는 투쟁이 중심이었다”며 “주40시간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OECD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 국가 중 하나며 정부·여당은 이마저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 후보는 “높아진 노동생산성, 여전히 존재하는 3교대 사업장, 주간 2교대 사업장의 실정을 고려하면 주36시간제 도입을 요구하는 공세적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전 후보는 민주노총 최대 정파로 알려진 전국회의와 중앙파의 연합후보다. 전 후보도 정파·계파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전 후보는 “정파 갈등은 선거 때 증폭돼 나타나고 평소엔 정파의 문제보다 산별노조·지역본부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구조가 형성된다”며 “즉각적인 총파업여부, 진보정당의 진로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정파 간 주장에 큰 차이도 없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정파 갈등을 해결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직선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전 후보는 “직선제 과정에서 정파 간 주장을 선명하게 하고 실현경로에 대해서도 책임 있게 발언하도록 만든다”며 “평소에도 정파간 전략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요 사업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후보는 1차 선거 지역 순회 연설회에서 ‘사업 계획과 예산을 포함한 주요 결정을 중앙위원회에서 수행하자’고 주장했다. 대의원대회는 중앙위 결정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외면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에 전 후보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성원미달로 유회되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된다”며 “대의원대회는 중장기적 전략방향에 대한 토론을 하는 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기호4번 전재환-윤택근-나순자 후보(득표율 33.3%)는 1차 투표에서 기호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득표율 33.5%)에게 밀려 2위로 결선투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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