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로 발견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경락(45) 경위 유서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하지만 지상파 메인뉴스는 이날 뉴스 제목을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뽑는 등 의제 설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KBS <뉴스9>은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던 최 모 경위의 유서 일부가 공개됐다”며 “최 경위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청와대 측이 동료 한 모 경위가 혐의를 인정하도록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남겼다”고 설명했지만, 가장 중요한 ‘제목짓기’는 <유서 일부 공개…“문건 유출과 무관”>이었다. 
 

   
▲ KBS, MBC 14일자 메인뉴스.
 

KBS는 고(故) 최 경위 친형 최요한씨 발언(“민정라인 회유 내용이 있을 겁니다. 누가 적은 것도 아니고 고인, 제 동생이 손수 적은 겁니다.”)을 인용하면서 “최 경위는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던 한 경위에 대해서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제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 경위가 흔들리는 걸 이해한다고 썼다”고 밝혔다.

SBS <8뉴스>도 제목을 <“유출 혐의 억울” 유서 공개>로 뽑았다. KBS와 마찬가지로 최요한씨 육성 발언(“억울하게 누명을 써가면서 세상을 떠났기에 여러분들에게 세상에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이렇게. 민정라인에서 회유한 내용이 있을 겁니다.”)을 전했지만, 제목만 봐서는 이런 내용을 알기 어렵다.

MBC <뉴스데스크> 제목도 <유서 공개…결백 주장>이었다. KBS와 SBS는 뉴스 도입부에서 앵커멘트를 통해 청와대의 회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MBC 앵커멘트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 

지상파의 한 기자는 “방송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뉴스의 제목”이라며 “청와대 회유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제목이 다소 밋밋한 것은 아무래도 민감한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서 공개는) 시기상으로 (주요일간지에 앞서) 의제 설정을 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요 일간지 15일치는 청와대 회유 논란을 집중 조명됐다. 동아일보는 3면 톱뉴스 <崔경위 죽음, 靑 수사개입 의혹으로 번져>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었고, 중앙일보는 4면(최 경위 “한 경위,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이해한다”)과 5면(청와대 “한 경위 회유했다면 영장 청구했겠나”)을 할애해 청와대 개입을 암시한 유서 내용과 청와대 반박을 보도했다. 

   
▲ 동아일보 15일치 3면.
 
   
▲ 중앙일보 15일치 4면, 5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1면 톱뉴스(경향신문 : 민정비서관실이 ‘문건 유출 혐의’ 경찰 회유 의혹, 한겨레 신문 : 최 경위 유서에 ‘청와대서 동료 경찰 회유’ 언급 파문)로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진보와 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유서가 핵심적으로 짚고 있는 사실관계를 조명한 것이다. 

   
▲ 한겨레 15일치 1면.
 

전날 소극적이던 지상파 뉴스 가운데 SBS는 15일 오전 <모닝와이드>에서 <“유출 혐의 억울”…靑 회유 암시>라고 청와대 회유 가능성을 제목에 담았다. KBS는 15일 인터넷에서는 <故 최 경위 유서 공개…“靑 민정비서관실서 회유”>라고 뽑았지만, 실제 방송 제목은 <유서 일부 공개…결백 주장>이었다. 

   
▲ KBS, SBS 15일자 오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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