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황선·신은미 통일토크콘서트에서 인화물질 폭발사건 피의자 오모씨에 대해 단독 범행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행 정황을 볼 때 배후세력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소극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전북 익산에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오씨는 지난 10일 저녁 전북 익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미리 준비한 양은냄비에 폭발성 화학약품으로 제조한 로켓캔디, 적인과 황을 섞은 점화제를 담아 불을 붙여 강연자에게 향하다 주변 사람들의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화상을 입고 청중 200여명이 대피했다. 

이번 범행에서 고등학생인 오씨 단독범행이 아니라 배후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에서 오씨가 만취한 상태로 성인 남성과 함께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경찰당국은 특히 배후에 성인 남성이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12일 오전, 전북 익산경찰서 여상봉 수사과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본인이 인터넷 사이트에 범행 예고 글을 올린 점을 봐 단독범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피의자 오씨는 범행전날 애니메이션 사이트 ‘네오아니메’에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봉길센세의 마음으로’, ‘감쪽같지 않노?’라는 글을 통해 범행을 예고했다. ‘네망아니메준회원’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던 오씨는 범죄에 사용된 로켓캔디(폭발성 인화물질) 사진과 ‘찬합통에 폭약을 담았다. 내일이 기대된다’는 내용을 올렸다. 피의자 오씨는 범행 당일 오전 김제의 한 석유 정제회사 쓰레기장에서 로켓캔디 폭발을 실험하기도 했다. 

   
▲ 10일 저녁 8시20분쯤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황선·신은미의 토크콘서트에서 테러 피의자 오모씨가 신씨에게 질문하는 장면 (사진 = 주권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오전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은 “폭발성 인화물질 제조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데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여 수사과장은 “(피의자가) 화학공학과 학생으로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뒤 폭발물 제조기술을 이용해 폭발물을 제조했다”며 “범행을 위해 가방에 냄비와 도시락으로 꾸민 폭발물, 점화기 등을 소지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전북 이리공업고등학교 화학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며 위험물 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크콘서트가 열리기 직전 보수단체들은 토크콘서트가 ‘종북 행사’라며 저지 시위를 벌였는데 오씨가 시위에 참가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여 수사과장은 “피의자가 이 시위 당시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공모여부나 배후세력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 오씨 주변 탐문조사나 통화내역 등을 수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의 구체적인 통화내역, 인화물질 구입 동기와 구입처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만 답했다.  

11일 오후, 황 전 부대변인 측 관계자는 “경찰은 시설보호요청과 신변보호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행사장 주변에 소방차들이 많았는데 어떤 이유인지, 범행 직후 순식간에 감식반이 와서 사고현장을 수습했는데 이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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