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1위, JTBC 3위. 방송통신위원회의 2013년 ‘방송평가 종편부문’ 결과다. TV조선은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이 종편 4사 중 가장 높아 ‘종합편성’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 방송사다. 막말·편파보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방송평가결과를 보고 방송평가위원들도 당황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 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방송평가위원장으로서 논란이 된 2013년 방송평가를 지휘했다. 그에게 신뢰하기 힘든 평가결과가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물었다. 또, 방통위가 갖은 현안에서 중재와 조율 역할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김 위원은 방송평가를 “배점항목과 평가기준 등을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현재 마련된 방송평가의 시행세칙은 2기 방통위 때 의결된 것”이라며 “기존에 마련된 기준으로 평가를 해 보니 평가위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무엇을 바꿔야할까. 김 위원은 현행 방송평가가 ▲평가 항목 세부사항 보완 ▲방송 특성 반영 ▲방송 운영(경영) 배점 하향조정 ▲공정보도 평가항목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지금 개정작업을 시작해도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서둘러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TV조선의 방송평가 종편부문 1위를 알리는 TV조선 홈페이지 배너.
 

방송평가 평가항목엔 허점이 많다. 그 덕에 TV조선은 새벽 4시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하고도 종편4사 중 ‘어린이프로그램’ 분야 최고점을 받았다. 김 위원은 “평가위원들이 불합리한 편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의제기를 했지만 평가기준에 방영시간대에 관한 항목이 없었다”며 “우리도 납득하기 힘든데 다른 종편방송사들이 어떻게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은 방송평가가 방송내용과 편성보다 방송사의 경영현황에 더 많은 점수를 반영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상파방송과 종편의 방송평가 대항목은 ▲내용 ▲편성 ▲운영 등 3개 항목으로 나뉜다. 이 중 ‘운영’ 대항목의 배점이 지상파방송과 종편 모두 가장 높다. 지상파방송은 1000점 중 400점, 종편은 700점 중 275점이다. 김 위원은 “운영평가는 방송사의 경영평가”며 “조직운영과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하는 것인데, 정작 중요한 방송의 내용과 편성보다 운영의 배점이 필요 이상으로 높다”고 말했다. 

평가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는지 묻자 김 위원은 채점표를 펼쳐 ‘재난방송편성비율평가’ 항목을 가리켰다. 지상파방송은 해당항목이 총점 1000점 중 60점 배점이지만 종편은 총점 700점 중에 65점 배점이다. 김 위원은 “지상파 공영방송이 종편보다 재난방송편성비율 평가를 더 큰 비중으로 두고 평가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종편의 경우 종합적인 편성을 하는지, 콘텐츠 투자계획을 이행하고 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 대항목의 배점을 줄이고 방송의 공공성 확립, 공정보도여부평가를 신설해야 한다.” 김 위원이 말하는 방송평가 개정의 핵심이다. 그는 지난 평가 과정에서 사무처 담당자에게 왜 방송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항목이 없는지 물었다고 한다. 담당자는 “공정성 평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도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김 위원은 “논란이 있다고 해서 평가를 안 할 수는 없다”며 “공정성 평가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성’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공정’의 기준도 모호하다. 김 위원은 “기계적 균형보도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보도를 아우르는 공정성 평가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 대표들의 논의를 통해 공정성 평가지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묻자 김 위원은 “합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가능하다”며 “단, 어느정도의 시행착오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방송과 종편평가만 문제일까? 김 위원은 “거의 모든 부문의 방송평가가 문제”라며 홈쇼핑 채널평가를 예로 들었다. 김 위원은 “홈쇼핑의 특성을 감안한 평가를 찾기 힘들다”며 “홈쇼핑채널은 상거래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를 하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납품업체에 ‘갑’질을 하지 않는지, 개인정보 보호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소비자만족도는 어떤지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한 해 동안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야심차게 추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아이폰6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주파수배분문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서 방통위가 제대로 된 중재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은 단통법에 대해 “방통위가 마련한 정책이 미흡한 점이 있고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법안에 분리공시도입을 빼라고 권고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700MHz 주파수 할당 문제에 관해 김 위원은 “원래 방송사의 주파수이고, 아직 반납을 한 적이 없다”며 “지상파에 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방송사를 주관하는 방통위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현재 단말기 유통업계의 ‘큰손’을 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은 “아식스대란 이후 이용자 정책국의 기본조사를 보니 14개의 유통판매점을 거느린 유통점이 있었다”며 “이른바 기업형 ‘큰손’들이 떴다방 형태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실태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방통위의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위원은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라며 “효율과 실적으로 평가하기보단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이끌어간다는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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