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라인 밖으로 취재 기자들은 물러서주세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있는 정윤회씨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취재진은 좋은 위치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일찌감치 10일 새벽부터 서울중앙지검을 찾았고, 정씨의 출두 시간에 가까이 약 200 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소환 조사를 받으러 오는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포토라인이 설치됐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씨가 신변 보호를 요청해 경찰이 배치될 예정이고 서울중앙지검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과 '몇몇 단체에서 계란 투척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아 긴장감이 흘렀다. 

정씨가 출두하기로 한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검찰 관계자들과 사진기자단 사이엔 신경전도 벌어졌다. 검찰 관계자가 "정씨를 보호하기 위해 기자들 사이에 서 있겠다"고 하자 사진 기자들은 "미리 다 자리를 잡아 놨는데 막으면 취재에 방해된다"고 항의했다. 사진 기자들은 서로 취재 장비를 빼곡하게 배치해 정씨를 기다렸다. 서울중앙지검 건물 옆문에는 정씨가 취재진을 피해 주차장을 통해 들어갈 것을 대비해 카메라 한 대가 배치됐다. 

이번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정씨의 진술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크기 때문에 취재진은 정씨의 발언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취재 기자는 세계일보 (신문사), 연합뉴스 (통신사), JTBC (종편), MBN (지상파 대신) 등 4개사만 정씨 옆에서 질문을 하기로 했다. 사전에 준비한 질문은 △현재 심경 △박근혜 대통령과 최근 접촉한 시점 △청와대 인사 모임이 있었는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여부 △국정 개입 여부 등 5가지였다. 나머지 기자들은 사진 촬영에 방해되지 않게 포토라인 밖으로 물러서기로 합의했다. 

   
▲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자 수 많은 취재진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다툼을 벌였다.
 

오전 9시 47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들어오자 카메라들은 일제히 차량 뒷문을 향했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정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엄청난 불장난을 저지른 사람이 누군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이 누군지 다 밝혀질 것"이라며 국정 개입과 청와대 접촉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올라갔다. 

정씨의 입장 발표는 10여초 정도였지만 '찰나'를 잡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성이 오가는 일도 벌어졌다. 사진 기자들이 서로 합의해 자리를 잡고 포토 라인을 정했는데, 정씨를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 한 기자가 포토라인 안으로 불쑥 들어왔기 때문이다.

   
▲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도착하자 열띤 취재를 벌이고 있다.
 

이에 기자들은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 현장에서 오가는 고성 때문에 정씨의 인터뷰는 바로 옆에 있는 기자들에게도 잘 들리지 않았다. 정씨가 조사실로 올라가고 난 뒤에도 사진기자들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한 사진기자는 "TV 조선기자가 뒤에 서있다가 포토라인을 뭉개고 혼자 앞으로 왔다"며 "자리를 정해 놓지 않았으면 모르는데 자리를 합의해서 다 잡은 상태에서 이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진 기자는 "이런 식으로 취재하면 TV조선은 아예 자리 못 잡게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한켠에선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도착하자 몇몇 방송사들이 현장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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