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관훈클럽에서 “시장이 되고 난 뒤 인권과 더불어 안보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 박 시장은 안보를 서울시정의 중요한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자신의 타이틀이었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2007년 2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강연에서 박 시장은 “사회가 다양해져 100% 합의란 있을 수 없으니 네오나치와 같은 극단적인 견해는 사회가 나서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시장은 목사들을 향해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소수자를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인권의 보편성과 민주주의, 소수자 보호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에 대해 시민위원회 전원이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은 박 시장은 지난 1일 한국장로교총연합 목사들에게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와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과 갈등이 야기돼 죄송하다”며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결국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눈 감겠다는 반인권적 입장”이라며 “인권변호사 활동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뼈아픈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다시 판단해야한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시절 국가보안법 인권탄압 문제점을 제기하며 폐지를 주장했다. 2004년 9월, 박 시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주장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7조 때문인데 조선일보 주장처럼 광화문 네거리에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1997년 국보법의 문제를 지적한 책 ‘국가보안법 연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필요없냐는 질문에 “실제 (국보법)개정이 됐으니 저는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1991년 국보법 개정 이후에도 국보법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다 한발 물러난 것이다.  

   
▲ 박원순 시장.
 

보수단체 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며칠 앞둔 2011년 10월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을 자극해서 억울한 장병들이 수장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해 2월 27일 서울시 재향군인회 정기 총회에 참석해 안보에 공헌한 재향군인회 간부 및 회원 25명에게 표창을 했다. 같은해 6월 20일에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63주년 범시민 안보결의대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서울시 재향군인회장도 참석했다. 

같은해 9월 27일엔 이상훈 전 국방장관 등 보수 인사들이 참여한 서울시 재향군인회 ‘율곡포럼’에 참석해 소통과 협력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고 같은해 11월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는 “이념의 시대가 끝났다”며 “보수적인 분들과도 상당부분 통하는 게 있다”는 발언도 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엔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해 서울시와 핫라인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경기 화성 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해 위로금 2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 26일 박 시장은 정부가 주관하는 천안함 추모식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2013년~2014년 서울시는 재향군인회관 개·보수 리모델링 명목으로 22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9월 박 시장은 통일안보전시관을 설치해 민간위탁하자는 제안을 직접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다른 지역 통일안보전시관이 운영을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에서 한다는 점에서 보수단체 지원을 위한 서울시의 ‘배려’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이 안보를 중시하는 태도는 대권 행보를 위한 우클릭의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 시장은 줄곧 대선 출마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지난 5월 2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6·4지방선거에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급 인물들이 대거 출마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가 됐다는 지적에 대해 “처음부터 대선 급에 대권후보라는 게 따로 있나”라고 말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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