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방송평가의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방통위가 지난 4일 의결한 2013년도 방송평가에서 TV조선이 종합편성채널부문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TV조선은 2013년 기준, 종편4사 중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방송사다. 방송평가위원장을 맡은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에서 “이번 평가결과는 평가위원들도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2013년 방송평가는 방통위 산하 방송평가위원회가 153개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종협편성채널사업자 기준으로 방송평가 대항목은 ▲내용(210점) ▲편성(215점) ▲운영(275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종편의 평가 결과는 TV조선 543.48점, MBN 540.01점, JTBC 534.72점, 채널A 519.73점 순으로 나타났다.

   
▲ TV조선의 방송평가 종편부문 1위를 알리는 TV조선 홈페이지 배너.
 

문제는 평가항목이 방송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종합편성채널 평가에 방송프로그램의 종합적인 편성여부를 평가하는 항목이 없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종편의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은 TV조선 48.2%, 채널A 43.2%, MBN 39.9%, JTBC 14.2%로 나타났다. TV조선은 절반에 가까운 편성을 보도프로그램에 할애했지만 이 문제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종편의 콘텐츠 투자계획 이행여부를 측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홍 위원은 “종편은 막대한 콘텐츠 투자를 약속하며 허가를 받았다”며 “제출했던 콘텐츠 투자계획에 대한 이행도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위원은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JTBC는 3등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중앙일보는 JTBC가 3위를 한 이유를 “콘텐츠 투자를 많이 하고, 장르 편성을 골고루 할수록 심의 제재 등 감점을 많이 받는 평가 방식 탓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상파방송과 종편평가에 보도의 공정성을 측정하는 항목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평가에서 공정보도와 관련된 항목이 적용된 방송은 보도채널 뿐이다. 이마저도 배점이 작다. 보도채널 평가총점 500점 중 20점 배점인 ‘자체심의 운영현황 및 결과 종합 평가’에서 ‘공정보도를 위한 자체노력 여부’ 항목의 배점은 6점에 불과하다. 권영재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 사무관은 “종편과 지상파방송은 보도채널이 아니라서 해당 항목이 없었다”며 “지난 전체회의 때 보도의 공정성 평가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어 현재 개선점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방송평가 '자체심의 운영현황 및 결과종합평가' 항목 배점표. 공정보도를 위한 자체노력 여부평가는 보도채널에서만 이뤄진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과 종편평가 항목 중 ‘방송심의제규정 준수’에서 방심위의 공정성 및 공공성 심의를 평가에 반영한다. 그러나 이 역시 보도의 공정성 평가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방송심의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에 한해 감점을 할 뿐 보도 전반에 관한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심위 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이의제기도 있다. 고삼석 위원은 “방심위가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심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방송의 공정성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평가가 형식적 측면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TV조선의 어린이프로그램 ‘꼼수편성’이 대표적인 예다. TV조선은 어린이 프로그램인 ‘금비공주와 호야의 천지무공’을 새벽 4시에 편성했음에도 종편4사 중 해당 부문 최고점을 받았다. ‘어린이 프로그램편성(30점)’항목 평가기준에는 어린이프로그램 방영비율만 반영할 뿐 편성 시간대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재홍 위원은 “TV조선의 어린이프로그램은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시간대에 방영됐는데 최고점을 받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 TV조선 편성표. 어린이 프로그램인 '금비공주와 호야의 천지무공'이 새벽 시간대에 편성됐다. ⓒ네이버 편성표화면.
 

개별 평가척도를 살펴볼 경우 형식적 평가항목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상파방송과 종편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시청자의견반영 평가항목’의 세부평가항목은 ▲의견수렴 전담부서 설치 여부 ▲의견수렴 결과정리 제출여부 및 평가 ▲의견수렴 결과정리 공개여부 ▲방심위 의견제시·권고사항에 대한 방송사의 처리로 나뉜다. 실제 시청자의 의견을 방송에 반영하지 않더라도 의견수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결과를 정리 및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평가항목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평가는 해당 방송의 특성과 역할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평가는 종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보도프로그램 위주로 방송을 편성하고 막말·편파·왜곡보도를 일삼았던 TV조선이 1위를 했다는 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종편의 봐주기식 평가 및 심사 문제는 지난해 방송평가와 종편재승인 때부터 반복돼 왔다”며 “평가기준을 대폭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종합편성채널 4사.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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