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 교회에 묻습니다. 쿼바디스.”

‘쿼바디스(Quo Vadis)’.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는 뜻의 라틴어다. 성경 요한복음에 따르면 베드로가 예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를 통해 한국 교회에 같은 물음을 던졌다. 어디로 가고 있냐고.

지난 5일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쿼바디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재환 감독은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교회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쿼바디스>는 그들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지 민낯을 드러내는 첫 영화다.”

<쿼바디스>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한국 대형교회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천재 다큐멘터리영화 감독 ‘마이클 모어(이종윤 분)’가 한국에 방문해 대형교회 목사들을 만나며 병폐를 고발하는 이야기다. 실제 벌어진 사건에 극적 요소를 섞어 재미를 더했다. 감독은 “전작 <트루맛쇼>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상과 현실을 뒤섞었다”며 “심각한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쿼바디스> 기자간담회에서 김재환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쿼바디스>에서도 어김없이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한다. 감독의 전작 , <트루맛쇼>에 이어 세 번째다. 감독은 “사람들은 내가 이명박 대통령을 정말 싫어해서 등장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훌륭한 크리스천으로 내세웠다. 국민들도 그를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동시에 지녔던 ‘성장주의’에 관한 욕망을 투영한다. 이명박 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났듯 교인들의 욕망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감독의 말처럼 한국대형교회의 욕망은 곧 한국사회의 욕망과 일맥상통한다. ‘친일’, ‘친독재’, ‘노동자 외면’, ‘권력세습’, ‘성범죄’, ‘부동산투기’, ‘탈세 및 횡령’. <쿼바디스>가 고발하는 한국 대형교회의 문제점들이다. 대형교회는 한국사회와 닮았지만, 내부비판이 완전히 봉쇄된 점에서 한국사회보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대형교회는 교인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감독은 한국의 대형교회가 부정축재와 세습, 성범죄가 벌어져도 교인들에게 묵인할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쿼바디스>는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 후반부에 교회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교인들을 다루며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교인들에게 이 영화는 불편할 것이다. 늦었지만 민낯을 드러내놓고 풍자의 도마에 올려야 한다. 그래야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래야 교회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 <쿼바디스> 포스터.
 

<쿼바디스>에 해직언론인들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이용마 해직기자가 뉴스리포트를 하고, 최승호 뉴스타파PD가 대형교회 목사와 대담을 진행한다. 해직언론인 출연의 의미에 관해 감독은 “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라며 “교인들 또한 저항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현재 언론상황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감독은 “김재철 MBC 전 사장이 언론인들을 해고한 덕분에 블록버스터 캐스팅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형교회의 방해는 없었는지 묻자 감독은 “집단행동은 아직 없었지만 이상한 전화를 많이 받아 전화가 걸려오면 자동으로 녹음이 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깔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재미있는 사실은 한 대형교회가 <쿼바디스> 펀딩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어떤 내용인지 알기 위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영관의 제약도 있었다. “시사회장을 예약하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며 “어떤 극장 관계자는 ‘영화 상영을 하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협박을 들었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대형교회의 교인들이 이런 식으로 <쿼바디스>를 위협한다는 것은 역으로 자신들의 민낯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예수님이라면 반대 목소리를 저지하기보다는 드러내놓고 공론을 펼쳤을 것이다. 이는 대형교회가 예수님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쿼바디스’라는 물음이 필요한 것 아닌가.”

   
▲ <쿼바디스>의 한 장면. 뉴스타파 최승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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