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고소사건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검찰은 관련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을 소환조사했다. ‘십상시’ 회동 장소로 언급된 식당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세계일보·한겨레는 검찰수사가 비선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기보다 문건내용의 확인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야당은 즉각적인 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인물들을 공무상 기밀누설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선 국정개입 논란에 대해 침묵했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비선개입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사자방 외교’로 수세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이 공세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박용인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갖은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박 후보자는 위증,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골프를 친 사실 등이 결격사유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박 후보자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십상시 연락책’ 지목된 청 행정관 조사>
국민일보 <“정윤회 얼굴도 몰라”>
동아일보 <월세 불안, 소비를 잠식하다>
서울신문 <“박 대통령 관저 문턱 낮추고 읍참마속을”>
세계일보 <회동 여부만 초점 ‘선긋기’ 수사 논란>
조선일보 <박 경정, 문건 보도된 후 컴퓨터 파일 삭제>
중앙일보 <박지만 “정윤회 거짓말 땐 내가 나설 것”>
한겨레 <청와대 ‘3인방 감싸기’ 급급...‘그림자 권력’ 의혹 키운다>
한국일보 <김기춘, 3인방 향하는 ‘인적쇄신’ 회오리'>

속도내는 검찰수사, 방향은?

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고소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일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 동향’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을 소환 조사했다. 박 경정에게 해당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같은 날 검찰은 문건에 ‘십상시’가 회동했다고 언급된 서울 강남의 식당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십상시의 연락책으로 통한다고 문건에 나온 김춘식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청와대 눈치? ‘선긋기 꼬리 자르기’ 수사 의혹

경향신문·세계일보·한겨레는 검찰 수사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이재만, 정초성, 안봉근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의 소환을 하지 않는다며 “고소인 조사 단계부터 청와대 눈치를 보는 기류가 역력하다”고 썼다. 또 “수사가 이렇게 흘러갈 경우 검찰은 청와대가 미리 짜놓은 얼개에 맞춰 결론을 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역시 검찰의 수사방향이 “국정농단의 실체 파악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 있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검찰의 식당 압수수색에 대해 “여론이 요구하는 진상규명의 핵심은 정씨가 정확히 몇몇과 얼마를 주기로 만났는지 보다는, 아무런 공직에 있지 않은 그가 실제로 청와대 3인방과 접촉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라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문건 유출사건에 총력을 쏟던 검찰 수사는 정씨가 이른바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참모진가 회동했다는 문건 내용의 진위를 가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루머’라고 규정한 마당에 검찰 수사가 문건의 실체를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고 보도했다.
 

   
▲ 5일자 세계일보 1면.
 

문건유출, 식당회동 여부에 집중하는 조중동

중앙일보·동아일보는 문건유출 수사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비선의 국정개입이 갖는 문제보다 문서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이 과정에서 박관천 경정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지난 4일 중앙일보·동아일보가 국정개입 의혹보다 문건유출에 집중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앙일보는 ▲박관천 경정 유출설 ▲조응천 전 비서관 연루설 ▲제3의 인물 유출설 등 정윤회 문건 유출의 세 가지 추정경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정윤회 동향 보고서’ 문건의 유출 경로를 놓고 크게 3가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수사는 박관천 경정이 문건 유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박관천 경정이 경찰로 복귀할 때 일반 공직자 감찰 문서 등은 박스에 넣어 경찰로 보냈지만 정 씨 동향 문건 등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관련 문서는 별도로 보관했고, 이것에 제3의 경로로 일부언론에 유출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강남식당 회동여부 수사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검찰이 풀어야 할 첫 단추는 문제의 문건에 나타난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의 정기모임의 실체”라며 “모임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5일자 조선일보 3면
 

여야 반응은?

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4일 정윤회씨 등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인물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에서 “정씨를 포함해 문건에 등장하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발은 공무상 기밀누설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뤄질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새정치연합의 대응이 “검찰수사방향이 청와대 문건 유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만큼 수사방향을 국정농단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여당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친박계는 침묵을 지킨 반면 친이계는 비선실세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공세를 폈다. 이재오 의원은 “청와대 문건이 밖으로 흘러나와 보도가 되고, 국민들이 염려스러운 눈으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보고 있다”며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선이 존재한다면 이번에 전부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의원도 “결국 제1책임은 청와대 비서실장한테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세계일보는 친이계의 공세적 대응을 두고 “야권의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사업) 국정조사 요구로 수세에 몰렸던 친이계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는 “새누리당 안에서도 비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밀실인사와 불투명한 국정운영,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불만이 서서히 표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비선 누가 있나?

한겨레는 ‘또 다른 비서 실세’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대표적인 인물이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라며 “2008년 박 대통령의 5인공부모임을 주도한 이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또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 ‘한강포럼’을 운영한 홍준석씨도 또 다른 ‘비선세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윤회씨의 전 아내인 최순실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시절 구국봉사단 총재를 역임했던 최태민씨의 딸이다. 이 신문은 “최순실씨의 배경과 이력을 보면 정윤회보다 먼저 박 대통령과 밀접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보이고, 실제 청와대 안팎에선 ‘최순실씨의 존재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말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뿐 아니라 그의 사촌들과도 연결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박용인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 동아마저 ‘부적격’판정

지난 4일 박용인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갖은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교통법규를 1년에 3회 이상 위반한적 없다”고 말 한 것이 위증이라고 지적했으며 박 후보자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골프를 친 사실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야당의 지적처럼 백화점 수준의 각종 편법과 탈법, 부적절한 처신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며 “국가혁신을 외치면서도 정작 그 선봉에 서야 할 신생 조직의 수장에 이런 인물을 발탁한 청와대의 안목이 한심할 뿐”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3차례의 위장 전입과 23번의 과태로 체납,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은 불법 행위이고 고위 공직자로서는 결격사유”라고 비판했다.

   
▲ 5일자 동아일보 31면.
 

국고보조금, 이번엔 개선될까?

정부가 지난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비리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막고 부정하게 받은 돈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등 그동안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신문들은 대책수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지금도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과 환수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비리는 반복돼 왔다”며 “심사를 강화해 부정이 개입할 여지를 줄이지 않으면 눈먼 돈의 유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사후관리에 앞서 사업 선정 단계부터 깐깐한 행정을 펼쳐 부정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실 정부는 3년 전에도 근절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며 “보조금 집행과정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사후검증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국고보조금뿐 아니라 재정을 축내는 (방산비리, 원전비리) 등의 범죄도 뿌리 뽑아야 한다”며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방지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고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