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 재향군인회에 건물 개·보수 명목으로 22억7000만원을 지원했고, 10억 원 가까이 들여 통일안보전시관을 설치해 민간위탁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달 21일 리모델링 준공식을 완료한 서울시 재향군인회는 서울시로부터 지난해 1억5000만원, 올해 20억7000만원을 받았다. 서울시가 밝힌 지원사업의 목적은 “노후된 향군회관 건물을 현대식으로 개·보수해 시민 안보교육 등 국가 안보관련 사업을 원활히 수행토록하고 재향군인을 예우함으로써 재향군인회 육성,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 지난달 21일 리모델링 준공식을 완료한 서울시 재향군인회. (사진 = 서울시 ‘재향군인회관 개·보수 지원’ 자료)
 

본격적인 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당선 1년 뒤인 지난 2012년 10월 ‘서울특별시 재향군인회관 개·보수 지원계획’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발표하면서부터 논의됐다. 이후 박 시장은 재향군인회 행사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13년 2월 27일 ‘제54차 서울시재향군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했고, 같은해 9월 27일 ‘2013 서울시재향군인회 율곡포럼’이라는 안보워크샵에서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또한 박 시장은 지난 3월 7일 서울시 재향군인회 정기총회, 지난 10월 완공된 서울시재향군인회관 리모델링 준공식에도 참여했다. 

서울시 민방위담당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세훈 전 시장 때부터 요구가 있던 사안이었고 법에 근거한 지원이라 문제가 없다”며 “이번 투자로 시민들이 안보땅굴 견학, 전적지 시찰 등 안보체험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은 지난 2007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재향군인 예우 및 지원조례’에 근거했다. 이 조례안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에 기초해 만들었다. 이 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를 설립하여 재향군인 상호간의 상부상조를 통한 친목을 도모하고 회원의 권익을 향상시키며 국가발전과 사회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2006년 12월 19일 조례 제정을 논의했던 서울시의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조규영 당시 열린우리당 시의원은 “조례안은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결성된 이 단체에 특별히 조례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재향군인에 대한 예우를 특별히 정하는 상위 법률이 없는데도 조례를 제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9월 23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새로운 문제점도 지적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수 시의원(도봉)은 “재향군인회관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 논란이 있는데 재향군인회가 건물 리모델링 설계변경으로 인해 증액까지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개·보수 지원 변경계획(지난해 11월 자료), 보조금 추가편성계획(지난 9월 자료) 등을 비공개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은“서울시 재향군인회는 자구노력을 해야하며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에 도움을 요청해야지 왜 자꾸 서울시가 나서느냐”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고속도로휴게소 사업본부 등 직영사업 3개와 통일전망대 등 7개 산하기업체를 수익사업기구로 두고 있다.   

   
▲ 서울시는 서울시 재향군인회에 건물 개·보수 명목으로 2년간 22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사진 = 재향군인회 로고)
 

한편, 서울시는 통일안보전시관을 설치해 민간에 위탁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4일 ‘통일안보전시관 설치 및 운영 사무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내에 9억9200만원을 들여 올바른 역사관과 평화통일관을 확립시키기 위해 전문단체에 위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23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는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전시관 공사시 투자심사가 생략됐고, 수탁업체로 보수 단체가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자 시의원은 “통일안보전시관은 대략 10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어가는데 서울시 투자심사 지침에 따르면 총 사업비가 5억이 넘으면 투자심사를 해야 한다”며 “영구 단독 시설물이 아니라 투자심사를 안했다고 하는데 그럼 10억원짜리 임시사용건물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단독 시설물의 경우는 총 사업비가 5억 원 이상이면 투자심사 대상이 되는데 통일안보전시관은 기존 건물의 일부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회의 당시 “검토보고서에 보면 재향군인회가 한다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이 시설은 보통 자유총연맹 시도 지부들이 운영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주도해 미래지향적인 통일교육보다는 통일에 저해되는 내용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시·도 통일안보전시관 현황을 보면 인천시 상륙작전기념관을 제외하고는 13개 통일안보전시관은 해당 지역에 있는 자유총연맹 각 지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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