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년 전 북한 관련 게시물을 문제 삼아 한 누리꾼을 기소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누리꾼 이황룡씨는 북한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 원문을 트위터에 게시하고 블로그(다음, 야후, 네이버)에 북한 노동신문 등 북한 찬양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을 올렸다는 혐의(이적표현물 게시)로 지난 2010년 9월 3차례 대구지방경찰청 보안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씨는 4년 동안 경찰 조사 결과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2013년 초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 수사관들이 갑자기 이씨의 개인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씨는 “컴퓨터, 각종 유인물, 책, 일기장,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 당했다”며 “대구에서 3차례, 서울에서 5차례 조사를 받고 지난해엔 압수수색도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씨에게 북한 관련 글을 올리지 말라는 요청을 했는데도 지속적으로 게시물을 올려 수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씨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라고 생각해 북한 소식에 대해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이씨가 인터넷 통일뉴스가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라는 기사(11월 3일자)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경찰은 이적성이 있는 표현물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황룡 씨. (사진 = 이황룡 씨 페이스북)

 

 

이 씨는 “수사당국은 내가 친북언론하고 관계가 있는 줄 아는데 나는 연합뉴스에 보도된 북한 관련 글도 퍼온다. 이게 과연 이적 표현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씨의 수사담당관인 서울지방경찰청 유재명 경장은 “첫 수사 이후 지금까지 이적성이 있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려 검찰에 송치했다”며 “이 씨의 총 게시물이 6000건이 넘는데 이 중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한 게시물은 400여건이 좀 넘는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지방경찰청은 2014년 5월 이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씨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출두 요구를 받고 2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씨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 도중 혐의와 무관한 내용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이 씨는 “검찰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트위터에서 알게 된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를 어떻게 아는가에 대해서도 물었다”며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는 보수언론으로부터 재미종북세력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보수언론은 최근 통일토크콘서상 발언을 문제 삼아 경찰 내사 대상이 된 재미교포 신은미씨에 대해서도 노길남 대표와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검찰은 이 씨를 국보법 7조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과거 박정근씨 리트윗 사건과 비교된다. 박씨는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 글을 리트윗해 북한 체제를 찬양·고무했다는 혐의로 지난 2012년 1월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박씨와 같이 이씨도 수사당국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희생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경찰은 지난 6월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확대 개편해 사이버안전국을 창설한 바 있다. 경찰은사이버범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며 기존 수사국 내(內) 1과(課) 4팀 64명의 인력과 조직을 사이버안전국장과 2과 1센터 12팀 111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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