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에이즈 환자가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전국 1300여개 요양병원이 있지만 에이즈 전문 요양병원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 날’을 맞아 하루 전인 30일 오후, 에이즈 환자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하는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문화제’가 진행된다.
 

이날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하는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문화제’가 열렸다. 이들은 12월 1일을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로 불렀다. 우리 사회에서 에이즈 환자들이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붙인 명칭이다. 

지난해까지 에이즈 요양병원은 한 곳 뿐이었다. 2010년 보건복지부는 경기도 수도연세요양병원에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위탁했다. 이곳에서 환자와 간병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 등이 자행되다 지난해 8월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실태조사를 한 뒤 2014년 1월부터 수도연세요양병원과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하는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문화제’가 진행된다.
 

권미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지정해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1년 가까이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에이즈 환자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권 활동가는 “에이즈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도 수술을 거부 당한다”며 “지금도 에이즈 환자와 가족들은 간단한 의료기기만 두고 집에서 24시간 치료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즈 환자는 병원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당한다. 권옥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은 “의료인들조차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있어 병원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이 병원을 떠나 수익이 떨어져 에이즈 환자들을 꺼린다”며 “정부 기관은 ‘병원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느냐’는 말로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하는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문화제’가 진행된다.
 

청주노인요양병원에서 일하던 권 분회장은 247일째 파업 중이다. 권 분회장은 “투쟁의 목적은 임금인상이나 노동자들의 복지가 아니라 요양병원으로서 공공성을 갖추자는 것”이라며 “개인에게 위탁을 주지 말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를 국가가 나서서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서 대표발언으로 나온 박광훈 활동가는 “에이즈 지정병원이 없어서 에이즈 환자들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고 치료할 병원을 찾아도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문 요양병원 지정을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아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하는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문화제’에서 공연 중인 '지보이스'의 모습.
 

이날 집회에는 동성애자인권연대 몸짓패의 공연, 대한민국 최초의 게이코러스 그룹인 ‘지보이스’의 공연 등 여러 시민 모임이 참여해 지지의 뜻을 보냈다. 또한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스티브 크라우스 유엔에이즈 아시아 태평양 지원 총괄팀장과 인도 델리에서 감염인 단체인 DNP+에서 지지 메시지를 보내왔다. 

스티브 크라우스 팀장은 영상을 통해 “모든 감염인들이 동등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낙인과 차별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온전한 시민으로서 살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이, 성별, 성적지향, 직업, 출신 배경에 의해 차별 받아서는 안 되며 HIV 감염인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을 받아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델리에 있는 HIV감염인단체 DNP+(Delhi Network of Positive People) 의 회원들이 한국의 HIV감염인과 에이즈활동가들을 지지하며 한국정부에 HIV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스티브 크라우스 유엔에이즈(UNAIDS) 아시아태평양 지원 총괄팀장이 한국정부와 사회에 당부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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