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출신인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의혹사건에 대해 지상파들은 소극적으로 보도한 반면, 종편들은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세계일보 보도가 있었던 28일 지상파 3사는 정윤회 국정개입 관련 보도를 각각 1건씩 보도하는데 그쳤다.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뉴스를 ‘KBS뉴스9’은 12번째 꼭지에 ‘MBC뉴스데스크’는 17번째 꼭지에 배치했다. ‘SBS8 뉴스’는 3번째 꼭지에 배치했다.  

   
▲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상파 3사의 보도 내용도 모두 비슷했다. MBC뉴스데스크는 <"정윤회, 비서관들 만나 국정운영 개입"…靑 "사실무근">에서 “세계일보가 지난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작성한 '감찰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고 이에 “청와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KBS뉴스9 화면 갈무리.
 

또한 MBC뉴스데스크는 “거론된 청와대 비서관 등 8명은 명예훼손 혐의로 세계일보 발행인과 기자 등 6명을 검찰에 고소”했고 “야당은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문건의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의 보도, 청와대의 반박, 야당의 반응을 담은 짤막한 리포트였다. 이날 KBS뉴스9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논란…청와대 “사실 무근”>과 SBS8뉴스 <'정윤회 문건' 파문…청와대 "법적 대응" 반박>도 MBC와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다. 

   
▲ SBS8뉴스 화면 갈무리.
 

하지만 JTBC뉴스룸과 채널A종합뉴스는 이 사안에 대해 각각 5꼭지씩 보도했다. JTBC는 특히 <'감찰보고서' 문건의 내용은?…'김기춘 사퇴설' 언급도>에서 “이 문건에는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비서관 3명을 포함한 10명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와 현 정부 동향을 논의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며 문건의 내용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채널A도 <“정윤회, 김기춘 그만두게 할 것” 퇴출 기획?>에서 문건 내용에 대해 보도했다. 

   
▲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그 외에도 두 종편은 저녁 메인뉴스에서 문건에 관한 청와대의 반응, 보고서 유출 과정, 여야의 반응, 정윤회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문건에 대해 검찰이 곧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29일 보도는 어땠을까? 이날 MBC뉴스데스크는 5번째 꼭지 <'정윤회 문건' 일파만파…국정개입 의혹 다음주 수사 착수>에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다음 주부터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내용을 간단하게 1꼭지만 보도했다. 

SBS8뉴스는 2꼭지를 보도했다. SBS는 <'정윤회 문건' 파장 확산…다음 주 검찰 수사>에서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은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며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안에 고소인인 청와대 비서관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치여당 "'정윤회 문건' 헛소문"…야당 "국기 문란">에서는 여야의 반응을 전달했다. 

KBS뉴스9도 2꼭지 보도에 그쳤다. KBS는 <“靑 문건 유출 안 해” 의혹 부인…검찰 곧 수사>에서 검찰이 곧 수사한다는 보도와 <‘청와대 비선 실세 거론’ 정윤회 과연 누구인가?>에서 정윤회라는 인물에 대해 보도했다. 정윤회라는 인물에 대한 보도는 이미 전날 JTBC에서 했던 보도였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안 전체의 사실관계가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비선 실세가 국정시스템을 주무른 국정농단 사건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전후 맥락을 파악하고 다양한 관련 주체들의 보도를 생략하는 지상파의 이런 행태는 관심을 멀어지게 하거나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TV조선뉴스9 화면 갈무리.
 

반면 종편은 JTBC가 4건, 채널A가 6건, TV조선이 5건씩 보도하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JTBC뉴스룸은 특히 4번째 꼭지 <정윤회 문건 유출 논란, 지난 1월부터 무슨 일 있었나>에서 문건이 작성된 1월부터 유출된 11월까지 일지를 정리해 보도했다. 

JTBC는 “정씨가 최근에 박 대통령 지지 외곽조직 인사들과 독도를 찾는 등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런 정씨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커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라며 “일련의 흐름 자체가 박지만 씨와 친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정씨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이번 문건과 모든 것이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보도했다. 

TV조선뉴스9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보도…신빙성은?>에서 정윤회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과 청와대가 보고를 받고도 후속조치가 없었던 점, 청와대가 세계일보를 고소했는데 소송전 전망에 대해 심층보도했다. 

채널A종합뉴스는 가장 많은 꼭지를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 특히 <7인회 “정윤회 문건은 완전한 소설” 일축>에서는 7인회의 반박 내용도 보도했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원로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는 정윤회 문건에 대해 '완전한 소설'이라고 문건 내용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채널A는 “갑작스런 정윤회 문건의 유출로 십상시, 만만회, 7인회 등 청와대 비선조직의 이름이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 채널A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사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선라인이 드러날 수 있는 무게감이 있는 사건인데 지상파 보도처럼 뉴스 뒤쪽에 배치한다거나 리포트 수를 줄이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이라며 “문건의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이 문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식의 지상파 보도는 수박 겉핥기식의 보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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