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을 다룬 청와대감찰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청와대가 고소한 것과 관련해 세계일보측은 기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8명은 세계일보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해당 기사 취재기자 등 6명을 지난 28일 검찰에 고소했다. 같은 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세계일보에 나온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늘 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28일 비선 실세권력으로 불린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에게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 받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뜨렸다는 내용의 청와대감찰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윤회 감찰 문건 보도가 문제 없다고 밝혔다. 황 국장은 “기사를 통해 아무런 직함이 없는 민간인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들과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이 사안에 심각성을 느껴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주체는 우리가 아닌 청와대인데 그 문서를 보도한 일을 두고 명예훼손 소송을 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지난 28일 세계일보 보도.
 

황 국장은 청와대 발표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황 국장은 “세계일보가 ‘정윤회 감찰’을 처음 보도했을 때 청와대는 감찰 자체가 없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문서의 존재를 인정하며 감찰이 아닌 동향파악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또 “청와대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만든 보고서를 두고 ‘찌라시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감찰이 아닌 ‘동향보고서’가 맞다고 해도 청와대는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며 “이처럼 청와대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고,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편집국은 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 황 국장은 “현 정부에서 발생한 비선의 국정개입 등 비정상적 행태가 시정 되어야 하고,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해당 사안을 계속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법적 차원의 대응에 대해 황국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짜진 않았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변호인을 구성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청와대 전경.
 

세계일보 구성원들 역시 해당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구성원들은 정윤회 문건보도는 일선 기자들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꼼꼼하게 취재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선취재기자와 편집국의 판단을 믿고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박 지회장은 “청와대의 고소는 예상 가능했기 때문에 당장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현재로선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라며 “향후 검찰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언론자유가 침해되거나, 사실 왜곡이 발생한다면 기자총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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