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포근해졌다. 지난 12일, 찬바람이 부는 전광판 위에 노동자 두 명이 올라가던 날보다 기온이 올랐다. 두 노동자의 보름간 고공농성 덕분에 ‘씨앤앰-희망연대노동조합-협력업체 사장단’의 3자 협의체가 구성됐다. 협상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7일, 희망연대 노동조합원들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경고파업에 나섰다.    

투쟁의 동력이 생겼다. 지난여름 내내 농성하며 흘렸던 땀방울의 대가이자 두 노동자의 결단으로 내딛은 한걸음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 소속 임정균(38)씨와 협력업체 해고자 강성덕(35)씨가 전광판 위에서 16일째 고공농성 중인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농성장에서 희망연대 이종탁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 3자 협의가 열리게 됐다.  
“교섭을 만드는데 해고 이후 170일여일, 노숙농성 140여일 만이다. 고초는 말로 할 수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하는 자리다. 어제(26일) 오후 9시에 공문을 받았다. 내일(28일)부터 1주일간 교섭이 시작된다.”

- 협상이 잘 될까?
“잘 되지 않을 것 같다. 장영보(씨앤앰 대표이사)가 교섭 자리에 나왔다가 금방 빠질거라는 이야기도 있고, 해고된 109명 복직 말고 나머지 요구사항은 검토도 안하겠다는 이야기도 있다.” 

- 요구사항은 몇 가지 있나? 
“네 가지다. 지난 7월 해고된 109명의 전원 복직, 매각과정에서 고용 안정, 2014년 임단협 타결, 위로금 지급이다. 아마 씨앤앰 측 기자회견 입장처럼 매각 계획이 없는데 왜 그런 것을 요구하느냐고 따질 것 같다.”

(현재 씨앤앰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2015년 이전에 씨앤앰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됐다.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은 2조원 후반대이다. 가격이 높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MBK파트너스가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자 했고 109명이 해고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 새누리당에 다녀왔던데. 
“여야를 떠나서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언론과 정부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새누리당만 별 말이 없다. 새누리당에 면담요청을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당사에 가보니 관계자들이 모두 연수 갔다고 해서 의견만 전달하고 왔다.”  

- 그래도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장영보 대표도 사회적 분위기에 압박을 받아서 자리에 나오는거다. 1주일간 집중교섭해서 성과가 없으면 희망연대 총파업에 돌입하려고 한다.” 

- 총파업 두렵진 않은가?
“두려움이 없진 않다. 목에 풀칠할 한 푼없이 버텨야 한다는 두려움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방금 다녀간 스님, 목사님, 수녀님들처럼 보이지 않는 분을 믿을 수도 없고, 우리 바로 옆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전광판)위를 보지 말자고 하고 싶다. 당당히 오늘 경고파업에 함께 해준 동지들이 옆에 있다. 그래야 저 두 사람을 내릴 수 있다. 낙관도 하지 않지만 비관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낙관을 만들어 갈 것이다.”

   
▲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 씨앤앰 농성장에 '3자 협의체'에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경고파업에 나선 희망연대 노동조합원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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