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끌었는데, 30초 만에 끝나더라고.(침묵) 3명이 돌아왔으니 나머지 3명 돌아올 때까지 또 싸워야지.”

대법원 판결 직후 김종욱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의 말이다. 대법원은 27일 오전 10시 노종면 기자 등 YTN지부 조합원 9명이 제기한 징계무효 소송과 관련, 원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2호에 배정된 이날 선고에서 김소영 대법관은 “원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로 최종 판결을 내렸다. 6년 동안의 법정 공방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해직기자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가운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고법 항소심이 확정됐다. 

선고 내내 눈을 감고 있던 노종면 YTN해직기자는 법정을 나서면서 “2심 나오고 3년 7개월 동안 (법원은)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혹독하다는 표현을 넘어선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노 기자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정리해보면 사실 이 사건은 단 한명의 부당징계도 없어야 하는 사건”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배석규 사장 그리고 대통합 운운하면서 해직기자들을 비난했던 박근혜 정부까지 그들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는 판결”이라고 전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이 대법원 판결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우장균 기자는 “사적인 일로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자유언론 투쟁을 위한 행위 아니었느냐”며 “이게 2014년 OECD 국가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했다. 우 기자는 “해고는 사형선고”라며 “그런 사형선고를 언론인에게 내리는 건 모든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이명박과 쌍둥이인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권석재 기자(현 뉴스타파 촬영기자)는 연신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정유신 기자(현 뉴스타파 취재기자)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한동안 대법원 주자창 뒤편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광연 전 YTN 앵커도 먼발치에서 이들을 바라보면 눈시울을 붉혔다.

   
대법원 판결 후 복직 판정을 받은 YTN 정유신 기자와 동료 조합원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대법원에는 YTN 해직기자의 복직 소식을 듣기 위해 찾아온 YTN지부 조합원들과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을 포함한 언론인들이 있었다. 해직기자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김진혁 전 EBS PD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날”이라며 “YTN 기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들은 상징적으로 언론 탄압을 당해온 것뿐”이라고 했다. 

대법원 한 곳에서는 YTN 기자들의 원직복직을 기다리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이들도 지난 13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을 받았는데, YTN 기자들의 복직을 축하하기 위해 꽃다발을 준비했던 것. 꽃다발은 전달되지 못한 채 대법원 정문에 놓여 있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꽃다발을 준비했는데 차마 전달을 못하겠다. 2심 이후 1270일을 기다려 왔는데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해고된 이들의 황금기를 앗아간 것을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착잡함 심정을 드러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판결이 나면 YTN해직기자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꽃다발이 텅빈 대법원 마당에 놓여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법원 판결로 해고자 3명만 복직을 하게 됐지만 조합원들은 나머지 3명의 복직을 위해 사측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권영희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지만 판결은 지난한 과정 중에 있는 하나”이라며 “계속해서 다른 동지들과 싸워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김종욱 전 지부장은 “예상했던 바”라며 “모두 복직시킬 생각이었다면 법원이 이렇게 꽉 쥐고 있었을까. 진짜 복직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했다. 
 
한편, 해고자 사태를 대법원까지 끌고 온 인물로 꼽히는 배석규 사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법 판결 관련) 입장은 홍보팀을 통해 물어보라”며 여전히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