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에서 LTE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이 껑충 뛰었다는 사실이다. 3G에서는 월 6만500원부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지만 LTE에서는 최소 8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SK텔레콤은 8만8000원짜리 ‘LTE 데이터 무제한 80팩’, KT는 8만6900원짜리 ‘완전무한79요금제’, LG유플러스는 8만8000원짜리 ‘LTE8 무한대 80’ 등이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최저 요금제다. 그나마 데이터를 완전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는 없고 일정량을 초과 사용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하나같이 음성통화와 문자 메시지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음성통화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맞춤형 요금제’라는 형태로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LTE 무제한은 선택권이 없고 통신사들도 추천하지 않는다.

   

▲ 현재 통신사들은 LTE무제한 요금제에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SK텔레콤은 홈페이지에서 ‘LTE 전국민 무한 85’요금제를 ‘음성·데이터·문자 무제한은 기본, 콘텐츠까지 무제한으로 제공!’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페이지를 내려 꼼꼼하게 살펴보면 ‘기본제공 데이터 소진 시 일일 2GB까지 LTE 속도로 이용 가능, 일일 2GB 초과 사용 후 네트웍 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속도로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격이 5만5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LTE 무한요금제는 요금은 비싸면서 제약이 붙었다는 차이가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TE로 서비스가 향상됐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몇몇 헤비유저들이 예전이라면 20만~30만원 요금을 내야했는데 10만원 정도만 내고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디어오늘이 SK텔레콤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음성통화를 적게 쓰고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말에 상담원은 “‘LTE 데이터 무제한 80팩’ 요금제를 추천한다”며 “안심옵션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속도 제한이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안심옵션은 월 5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인데 속도가 LTE는커녕 3G보다도 느려서 의미가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안심옵션을 추천했다. “음성통화는 적게 사용하는데 LTE 사용량만 많다면 속도 제한은 있지만 안심옵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음성통화나 데이터가 기본 제공량보다 추가로 사용했을 때 나오는 추가 요금이 더 부담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센터에서도 데이터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라면 LTE무제한 요금제를 추천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른 통신사들도 부가서비스로 데이터 옵션을 두고 있다. KT는 3G의 경우에만 1만원 짜리 데이터 무제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LTE의 경우 데이터를 추가 구매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LTE 안심옵션’(월9900원, 부가세포함)이라는 데이터 무제한 부가서비스가 있지만 SK텔레콤처럼 최대400Kbps로 속도 제한이 있다.

   

▲ 현재 통신사들은 LTE무제한 요금제에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사진=LG유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LTE 안심옵션’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동영상을 보기엔 불편하다”며 “데이터사용량이 많다면 그냥 LTE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2013년 6월말 기준, 국내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LTE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서LTE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미래부 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재인용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무선데이터 트래픽 동향’에 따르면 무선 데이터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료에 따르면 LTE가입자의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11년 말 1110MB에서 2016년에 3344MB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LTE 사용량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1년 9월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 LTE는 2012년 1월 2838TB에서 2013년 6월 4만5532TB로 16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음성통화 사용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음성통화의 소멸과 그 이후의 통신 미래’에 따르면 “기존 이동전화 단말은 음성 통화, SMS를 보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기능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카톡, 마이피플과 같은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나 Facetime 등의 모바일 화상 인터넷 전화 등 무료 통화가 늘어났다”며 “특히 젊은 이용자들이 유무선을 막론하고 전화 통화 자체를 꺼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LTE무제한요금제에 음성통화 무제한이 포함된 이유는 높은 요금을 유지해 LTE무제한요금제 사용자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 요금기획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데이터는 무제한이고 음성통화 기본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현재 출시 계획은 없다”며 “데이터만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만들면 가격이 낮아져 LTE 이용자가 급증해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음성통화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은 불만이 있지만, 통신요금이 낮아지면 LTE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많아져 데이터 사용이 느려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전국적인 케파(capability의 준말, 인원 수용능력)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기지국 단위에서 데이터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요금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래부는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에 인가할 권한만 있다”며 “법적으로 특정한 조건의 요금제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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