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망가졌다는 비판이 많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실패는 몇몇 언론인의 문제가 아닌 언론 구조의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적절한 분석이지만 과연 정치·자본 권력의 통제가 없었어도 우리 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보도할 수 있었을까?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5.18 정신과 언론정상화’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움은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통해 세월호 보도참사를 반성하며 언론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은 5.18기념재단 등이 주최하고 자유언론실천재단 등이 주관했다.

   

▲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5.18 정신과 언론정상화’를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5.18기념재단이 주최하고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주관했다.

 

 

김서중 민주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은 언론을 둘러싼 지형의 문제보다 언론 자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장은 “5.18 당시엔 사건을 보도하지 못하더라도 언론인들이 마음속으로 분노하고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일부언론이 저항했지만 80년 당시 분위기는 사라졌다”며 “권력의 통제가 없었더라도 세월호 당시 제대로 된 보도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은 왜 죽어가고 있을까? 언론인이 부패했다는 점이 언급됐다. 김 의장은 “권력이 언론인들을 끊임없이 차출해가면서 권력은 언론인의 미래 일자리가 됐다”며 “자발적으로 언론인들이 권력 비판을 멈추고 나약해지는 길을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취재능력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김 의장은 “세월호 보도에서 어떤 사안을 보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몇몇 언론들은 취재원이 극히 제한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취재한대로 보도해도 편파보도가 된다”고 말했다.  
  
언론의 위기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문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방심위가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했던 사안을 보면 정부 정책에 관한 보도와 정부의 역사관에 관한 보도가 주를 이룬다”며 “공정성 심의는 정부를 보호하기 위한 칼”이라고 비판했다. 

수신료와 언론신뢰의 연관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수신료를 징수하는 방식 자체도 언론의 신뢰와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KBS가 수신료를 국민들에게 강제로 걷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언론이라는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인가의 문제다. 박 교수는 “법원, 검찰과 같이 언론도 감시받지 않는 감시자가 됐다”며 “언론사가 견제 받지 않아서 (경영진에게) 생긴 자유는 결국 임명권과 예산권을 쥔 사람에게 복종할 자유가 된다”고 비판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언론을 제4권력이 아니라 제1권력이라고 표현했다. 장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은 폭력적인 제1권력”이라며 “착한 제1권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언론이 변하려면 권력에 부역하는 발언을 한 언론인의 기사와 이름을 매년 공개해 책을 내야한다”며 “언론인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중 의장은 암울한 언론 지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김 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취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느낀 기자들이 꾸준히 서로 만나고 있다”며 “만나서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당장 언론지형을 바꿀 뾰족한 대안은 없지만 대안미디어포털을 검토해보는 등 언론 변화의 필요성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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