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체육관 철수에 이어 서울시청 분향소까지 철거되자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는 안산 합동분향소는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철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 대외협력위원장인 동혁이 어머니 김성실씨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21일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철수했고 서울시와 유가족들의 합의로 서울시청광장 분향소를 철거하게 됐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공간이 사라져가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가가 나서서 세월호참사가 잊혀 지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데 진상규명을 할 의도가 없으니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산합동분향소의 철거 요청은 없없는지 묻자 김성실씨는 “아직 안산합동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진도에서 정부의 지원이 끊기고 세월호 관련 장소들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그런 요청이 있을까봐 염려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철거요청이 들어온다 해도 안산 분향소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결코 안산 분향소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진도체육관 철수에 대해 “떠밀리듯 진도체육관에서 나와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이 팽목항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철수한 이후 ‘리멤버0416’ 등 시민단체들이 식사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식재료가 넉넉하지 않아 시민들의 지원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전시관에서 '기억'공간을 둘러보는 시민들. 사진=금준경 기자
 

한편 서울시는 지난 21일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분향소를 철거하는 대신 서울시청 별관에 세월호 추모 전시관을 열었다.

지난 21일 열린 추모 전시관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에서 추모공간이 이쪽으로 옮겨오지만 관련 기록을 잘 보존해서 제대로 된 추모 박물관을 만들 때 인계할 생각”이라며 “만약 (정부가) 추모 박물관을 세우지 않는다면 서울이라도 제대로 된 추모공간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모 전시관은 ‘기억’, ‘추모’, ‘참여’, ‘치유’의 4가지 공간으로 구성됐다고 서울시는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 침몰과정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추모공간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기록물인 노란리본과 종이배를 전시했다. 참여공간은 방문시민들이 기록들을 남기는 장소이며 치유공간은 유가족과 시민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장소로 전시, 운영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청광장 분향소 철거 배경에 대해 김성실씨는 “서울시가 먼저 분향소 철거를 제안했다”며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유지했다는 사실을 잘 알아 요청에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실씨는 “분향소는 철거했지만 박원순 시장 주도로 세월호참사 전시관을 서울시청에 마련하게 됐다”며 “유가족들을 신경써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23일 추모공간에 방문한 윤이나씨는 “시청광장에 분향소가 사라지고 스케이트장 공사 중이라서 놀랐는데 이곳에 추모공간이 있다는 얘길 듣고 방문했다”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전시관 '참여'공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써 붙였다. 사진=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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