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임원선거 출마 후보들이 23일 열린 ‘언론사합동 후보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퇴진 투쟁의 강도와 시기  면에서는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공감해 구체적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조합원 투표를 통해 위원장, 사무총장, 수석부위원장을 선출하는 이번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에는 위원장 후보로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4번 전재환 후보가 출마했다. 토론회에는 위원장 후보와 함께 기호1번 이재웅 사무총장 후보, 기호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기호3번 신현창 사무총장 후보, 기호4번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패널로 참가했다.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과 3번 후보들은 민주노총이 총파업 등을 통해 2015년부터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호 1번과 4번 후보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기호 2번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박근혜 정권과 승부는 2015년에 갈린다”며 “내년에 전면전을 하지 못한다면 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균 후보는 “선거기간부터 투쟁기간이라고 생각하고 2015년 상반기부터 공무원연금개악, 노동기본권 등 각종 의제를 하나로 모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 역시 “당장 2015년 상반기부터 총파업 기획단을 꾸려 총파업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허영구 후보는 “2015년 전국 노동자대회 때 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할 것”이라며 “다음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총파업투쟁을 이어가 계속되는 노동 관련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첫 직선제 임원선거의 ‘언론사합동 후보토론회’가 끝난후 위원장 후보들이 손을 잡고 있다. 사진=금준경기자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모든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투쟁 의제를 만든 후에 정부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건 후보는 “2015년에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고, 2016년 상반기에 전면적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며 점진적 투쟁을 강조했다.

기호 4번 전재환 후보 역시 “2015년 투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2017년 대선을 바라보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재환 후보는 “민주노총 뿐 아니라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투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균 후보는 “전재환 후보는 장기적인 투쟁을 말하지만 이는 민주노총 현실에 맞지 않다”며 “당장 총파업을 하겠다는 의지표명은 어려운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재환 후보는 “철도노조의 파업은 6개월 동안의 준비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게 됐다”며 “무작정 투쟁을 앞세우며 총파업을 하는 것 보다 준비된 파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한상균 후보가 “지난해 민주노총 침탈과 세월호 참사는 지도부가 큰 투쟁으로 맞섰어야 하는 문제”라고 밝히자 정용건 후보는 “투쟁은 목적이 아닌 수단인데 조합원들이 이를 잊고 있다…사회적 연대를 조직하는 게 우선이지 총파업이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후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기호2번과 4번은 보다 폭 넓은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민주노총이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호 2번 한상균 후보는 “조직화의 폭을 넓혀서 이주노동자, 노년노동자, 청년 아르바이트생까지 민주노초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4번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 역시 “청년위원이나 알바노조 등의 사례를 보며 폭넓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첫 직선제 임원선거의 ‘언론사합동 후보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기자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조직화의 핵심은 사람”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를 할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전략조직투쟁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허영구 후보는 “100만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조합비 납부기준을 올리도록 하겠다”며 “현행 통상임금 1% 기준의 조합비를 임금 총액의 1%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후보들은 ‘진보정치 재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입장을 밝혔다. 

기호 1번과 2번 후보들은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나 현 진보정당에 비판적 입장이었다.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진보정당을 이대로 두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진보정당 통합을 제안할 것”이라면서도 “통합에 앞서 현 사태를 만든 진보정당 지도부들이 조합원들과 국민들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2번 한상균 후보는 “사회적 의제에 대해 불의와 맞서는 진보정치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가 남아있다”면서도 “당사자들의 철저한 반성 이후에 진보정치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는 “진보정당의 재편문제도 중요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자정치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기호 4번 전재환 후보는 진보정당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전재환 후보는 “분열된 진보정당의 현실은 진보정당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서 다수가 당으로 나뉘고 분화되는 현실로 이어졌다”며 “민주노총이 진보정치를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이 사분오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가장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사회연대전략에 소홀했다”고 지적했으며 기호 2번 이영주 후보는 “관료화와 현장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는 “정규직 중심의 시스템이 문제”라며 “지역산별노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호 4번 전재환 후보 역시 “비정규직을 포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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