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비리를 취재 중인 세계일보 기자에게 배달된 우편물을 검찰이 불법으로 열어봤다는, ‘기자 우편검열’ 논란에 휩싸인 검찰이 “우편 검열 및 상시 감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일보 “우편물 개봉 과정서 제보자 신원 노출 가능성”

세계일보는 19일 <기자 우편검열 ‘法 위의 검찰>이라는 기사에서 “검찰이 현직 검사 비리를 취재 중인 세계일보 기자에게 배달된 우편물을 불법으로 열어보는 등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며 “검찰이 우편물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원 및 제보 내용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세계일보 19일치 기사.
 

세계일보에 따르면,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지난 10일 세계일보 박모 기자를 수취인으로 한 등기우편물을 임의로 대리수령했다. 이 등기우편물에는 모 지방검찰청 A차장검사의 부인이 한 국가유공자단체 간부로부터 유럽여행 경비 명목으로 100만원 등을 받아간 것과 관련한 증거물이 들어 있었고, 우편물 겉면에는 제보자 이름과 집주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하지만 이 등기우편물은 배달 당일 박 기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박 기자에게 우편물이 전해진 건 나흘 뒤였다. 세계일보는 “이 기간 등기우편물은 대검 운영지원과와 대변인실을 돌았다”며 “뒤늦게 수취인에게 전달된 우편물은 겉봉이 뜯겨졌다가 비닐테이프로 다시 봉합된 상태였다. 누군가 고의로 우편물을 개봉해 내용물을 들여다봤거나 일부러 지연 전달했을 의혹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대검 “내용물 확인할 수 있는 상태 아냐…우편배송 관행 개선시킬 것”

세계일보 보도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대검찰청 대변인실(대변인 구본선)은 19일 ‘기자 사찰’ 의혹에 대한 미디어오늘 질의에 공식 답변서를 보내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등기우편물 겉봉투가 일부 파손된 것과 관련해 진상을 확인한 결과, 대변인실 직원이 (당해 등기우편물을) 통상적으로 기자실에 배송되는 간행물 등으로 착각해 서류 대봉투를 기계적으로 뜯으려다가 수취인이 기자 개인으로 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중에 멈춰 겉봉투가 일부 훼손됐다”며 “(대변인실 직원 말은) 내부 서류가 거꾸로 돼 있어서 내용물의 일부라도 본 사실이 절대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겉봉투 훼손의 정도에 비춰 객관적으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시발점은 기자 우편물을 검찰이 대리수령했다는 데 있다. 검찰은 우편배송 관행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우체국에서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에 배송할 때는 총무부서에 총괄배송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초우체국 관계자 역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공기관의 경우 우편 물량이 많아 총무 담당 부서에 일괄적으로 배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 대변인실은 “서초우체국에 확인한 결과, 서초우체국에서 관련법 절차에 따라 집중국 개념으로 운영지원과에 우편물을 총괄 배송하고 있다”며 “이 경우 수취인이 직접 운영지원과에서 등기우편물을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대검 출입기자실의 경우 최초 입주 당시부터 기자실 요청으로 대변인실 소속 기자실 지원 담당 여직원이 수령해 기자실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이번 일이 발생해 해당 기자로부터 항의를 받은 14일 오후 즉시 진상조사 후 그 진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며 “대검찰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서초우체국에 공식 요청해 현재 우편배송 관행을 개선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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