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매력적인’ 대통령의 진가를 십분 발휘했습니다.”
“이로써 우리 경제 영토는 동북아에서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까지 확장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 진출의 전진기지, FTA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능동적 균형외교를 통해 한반도 주도권을 놓지 않았습니다.”

열거한 발언들은 놀랍게도 YTN의 ‘한’ 리포트에서 나온 기자 멘트다. YTN은 지난 17일 <경제영토 확장‧외교입지 강화>라는 리포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보도했다. 문제는 단정적인 표현과 순방 성과를 과하게 홍보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었다는 것. 이 리포트는 YTN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 YTN 17일자 보도 <경제영토 확장‧외교입지 강화>
 

도입부에서 YTN 기자는 “박 대통령은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매력적인’ 대통령의 진가를 십분 발휘했다”며 한‧중, 한·뉴질랜드 FTA 타결 공을 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박 대통령 어떤 부분이 매력적인 것인지 리포트만 보고서는 알기 어려웠다. “매력적인 대통령”이라는 구절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기자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기자는 이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5년 5개월을 끌어온 한-뉴질랜드 FTA도 타결 지었다”며 “이로써 우리의 경제 영토는 동북아에서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까지 확장됐다”고 했다. 청와대가 성과로 홍보하는 내용을 기자 멘트로 단정했다. 경제 영토가 확장됐다는 보도는 연합뉴스를 포함해 여러 매체가 반복 보도하고 있다. 물론, 청와대 자료에 있는 내용이다. 

   
▲ 청와대가 홈페이지에서 외교 성과를 홍보한 내용.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FTA라는 것이 이익과 손해가 복잡다단하게 혼재한 무역 협정이건만, 이렇게 성과로만 단정해도 되는 것일까. 특히 한‧중, 한‧뉴질랜드 FTA 타결로 한국 농업의 큰 피해가 우려되는데 이 리포트에는 반대 여론은 담겨 있지 않았다. 

민망하고 낯간지러운 멘트는 계속 이어진다. 이 기자는 “특히 14개 국가와의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세계시장 진출의 전진기지, FTA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며 “미묘한 동북아 정세 속에 박 대통령은 능동적 균형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세우는 주장에 비해 근거가 빈약한 부분도 있었다. 이 기자는 “일본 아베 총리와 뜻밖의 조우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회의를 독려하기로 한데 이어 박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전격 제안했다”며 “중·일 정상회담 등으로 제기된 외교적 고립 우려는 불식됐다”고 결론 내렸다. ‘국장급 회의 독려’와 ‘정상회담 개최 제안’만으로, 아직 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우려가 불식될 수 있을까.

   
▲ YTN 17일자 보도 <경제영토 확장‧외교입지 강화>
 

이 기자는 또 “순방 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FTA 후속대책 등을 통해 순방의 성과를 서둘러 경제 활성화로 연결해야 하고, 또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후속인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각종 현안들도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리포트 내용을 보면 최고 권력자가 듣기 거북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언론노조 YTN지부공정방송추진위원회(위원장 임장혁)는 18일 이 리포트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에도 청와대에 경도돼 있는 해당 기자의 기사를 여러 차례 접했으나 이 기사는 도를 넘어선 것으로 YTN 공정성과 신뢰도에 큰 해를 끼칠 수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노사 공정방송협약에 따라 해당 기사의 작성 의도와 배경 등을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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