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주요 변호사를 겨냥한 징계요구와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 역시 민변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일치 지면 편집이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엔저 공포’가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더욱 극단적인 엔저 전략을 쓸 것이라는 데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엔저 공포’는 박근혜 대통령 입도 열게 했다. 

쌍용차 사태 법정 공방이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후유증은 크다. 공론화를 통해 ‘정리해고’ 해법을 찾아야 하건만 주요 일간지들은 큰 관심이 없다.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만이 판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경향은 나아가 엘리트 중심의 대법관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18일치 주요일간지 머리기사.  

경향신문 <‘문제’ 만들고 ‘답’도 못 찾는 수능당국>
국민일보 <對이란 수출 공문서 위조 첫 적발>
동아일보 <防産비리 사상최대 합수단 구성>
서울신문 <세금 짜내는 정부…특수법인세도 올린다>
세계일보 <수능 영어 25번 복수정답 인정>
조선일보 <子女명의로 예금 5000만원까지 허용>
중앙일보 <표 얻으려…무상보육 과속했다>
한겨레 <“상지대 특별감사” 칼 빼든 교육부>
한국일보 <日 GDP 쇼크…더 커지는 엔저 공포>

조선, 속 보이는 ‘민변 때리기’

조선일보는 12면 <경찰 멱살잡이…예전엔 벌금刑, 요샌 구속재판>에서 “검찰이 지난 3월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법 집행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재판에 넘겨진 공무집행방해 피고인이 예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검찰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운 것은 더 이상은 공권력 무력화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경찰관을 폭행하더라도 ‘술에 취해서’ ‘피해가 적다’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에 그쳤고, 이런 관행은 사회 곳곳에서 공권력 경시 풍조로 나타났다”고 했다. 조선은 이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조선일보 18일치 12면
 

요약하면 경찰의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강경대응과 엄격한 행위자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면 하단 기사 제목은 <경찰에 주먹질, 발길질, 조롱, 협박…법정서 상영된 ‘民辯의 민낯’>. 최원우 사회부 기자가 ‘기자수첩’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바로 위 기사와 맞아떨어진다. 경찰의 정당한 집행을 방해하는 ‘민변’ 역시 엄중한 처벌 받아야 한다는 논리. 

최 기자는 “민변 권영국(51) 변호사는 대한문 화단 앞에 늘어진 경찰을 향해 몸을 던졌다”며 “함께 있던 민변 변호사들과 쌍용차 노조원 수십명도 ‘집회장에서 나가!’ ‘화단으로 올라가!’라고 소리치며 경찰을 화단 쪽으로 밀어붙였다. 이들은 경찰에게 주먹을 날리고, 가슴을 머리로 박고,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썼다. 

최 기자는 “경찰이 ‘폭력이 지나치면 안 된다’고 방송하자 권 변호사는 오히려 ‘집회 참가자를 체포하면 불법체포죄로 처벌된다’고 거꾸로 경찰을 협박했다”며 “2013년 7월 대한문 앞에서, 지난주 대법원이 ‘2009년 쌍용차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한 쌍용차 노조원들의 도심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썼다. 

최 기자는 민변이 경찰을 “비꼬았다” “윽박질렀다”고 했고, “질서 유지에 나선 경찰의 모자를 빼앗아 흔들며 조롱하는 사람도, 경찰이 욕설을 했다며 달려다는 사람도 있었다”고도 썼다. 최 기자가 설명한 동영상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 심리로 열린 권 변호사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상영된 내용이다. 

하지만 공권력이 그동안 집회 참가한 노동자와 세월호 유가족, 시민 등을 어떤 식으로 다루어 왔는지 생각해 봤다면, 검경 편에 선, 일방의 기자수첩은 쉽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커지는 ‘엔저 공포’ 
‘엔저’에 입 뗀 박근혜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막대한 돈 풀기를 했는데도 경제가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주요 일간지들은 일본이 엔저(低)를 자극하는 ‘벼랑 끝 전술’을 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소비세 인상계획 연기 △조기 총선 △추가 양적완화 검토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일보는 “이런 움직임은 엔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며 “일종의 도박과도 같았던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딪칠수록 더 강한 도박(돈 풀기)을 감행하는 것 외엔 별다른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한국일보 18일치 1면
 

엔저는 대일 수출입 비중에도 영향을 미쳤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대(對) 일본 수출액은 260억6200만달러다. 한국 전체 수출액의 5.7%수준이다. 대중 수출 비중은 25.1%, 대미 수출 비중은 12.1%다.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대일 수입액은 431억 5000만달러. 이는 전체 수입액의 10.2%수준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대일 수출 비중은 정부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6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라며 “양국 간 경제가 밀접했던 1973년에는 대일 수출 비중이 36.8%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엔화 약세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대일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 경기 위축으로 일본 제품의 수입이 줄어든 것”이라며 “한국의 대일 수출입 증가율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8일치 경제2면
 

‘엔저’는 박근혜 대통령 입도 열게 했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을 우회 비판한 것과 관련,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마음먹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발언은 16일 밤(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호주 브리즈번에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석상에서 엔저와 관련, “자국 여건만 고려한 경제·통화정책”이라고 비판했는데 석상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있었다. 

   
▲ 한겨레 18일치 6면
 

박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웠을 때 신흥국의 경제적 기여로 선진국도 효과를 보지 않았느냐”며 “그 덕에 선진국 경제가 좀 회복됐는데, 이제 와서 자국 입장만 고려해 경제 및 통화정책을 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기간 중에 타결된 중국, 뉴질랜드와의 FTA에 대해 “어렵게 타결된 것이어서 하루빨리 비준이 돼야 한다”며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좀 합심해서 비준이 좀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판결 외면하는 일간지
한겨레·경향·한국만 주목 “엘리트 중심 대법관 구조 깨야”

대법원은 지난 13일 쌍용차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기존 판결을 뒤집고 회사 손을 들어준 것이다.

4년 동안의 법정 공방, 파업 이후 5년이 넘도록 거리로 내몰렸던 해고 노동자를 주요 일간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18일치 주요 신문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겨레와 경향, 한국일보만이 쌍용차 판결을 비판하는 서울변호사회의 성명을 보도했다. 

17일 서울변회 인권위원 15명은 성명을 내어 “극도의 사회적 갈등과 국가의 책임, 생명의 존엄성과 직결된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 심도 깊은 심리”가 필요한데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최소한의 형식적인 절차조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1998년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를 도입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조문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타협을 상징하는 정책적 의미가 있었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경영 판단 이론’에만 입각해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부인하고 기업의 무한한 자유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 경향신문 18일치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변호사마저 대법원 편향성에 반기 들 정도라면>을 통해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가 최고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성명에 동참한 변호사들은 일정 부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법원을 비판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경향은 대법원 편향이 개인 성향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 말하면서 “서울대-50대-남성-법관 출신 아니면 대법관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런 와중에 법 테두리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는 주문은 기대난망”이라고 했다.

경향은 “국회에서는 지금 대법관의 절반을 비(非)법관으로 채우는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대법원이 먼저 달라지지 않으면 편향성의 대가를 치를 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대법원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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