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개표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조셉 스탈린)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지에 도장을 찍는 게 끝이 아니다. 선거는 개표가 끝나는 과정까지다. 개표도 국민의 감시에 놓아야 하는 이유다. 현행 선거처럼 투표소에서 개표소로 투표함을 이동해 전자개표기를 이용하지 말고 투표소에서 직접 손으로 개표하자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투표소에서 수개표 실현 운동본부(투개본) 창립 발대식 및 내 주권 지킴과 부정선거 종식을 위한 국민공청회’가 열렸다. 투표소 수개표 실현 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후원했다. 

이들이 수개표를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투표소 수개표는 부정선거를 차단하고 막대한 국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오류가 잦은 전자개표기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격려사에서 "투표는 국민이 했는데 개표는 권력자들이 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며 “현재 전자개표기를 이용한 개표 방식이 아닌 수개표로 입법개정 공동발의를 위해 동료 의원들에게 서명을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개표기에 대한 지적은 18대 대선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02년부터 계속 지적됐다. 현 야당이 선거에서 이겼을 때도 제기됐다. 2002년 12월 24일 이회창 한나라당 당시 대선 후보는 선거무효를 주장했고, 2007년 2월 8일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전자개표기의 개표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 결과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개표 과정이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투표함 열기도 전에 개표방송이 나온 이유는?) 이날 공청회 사회를 맡은 송태경 투개본 운영위원은 “2007년 2월 주성영 의원의 문제제기로 개표기 납품비리와 관련 뇌물수수 사건으로 4명 구속됐다”며 “그해 4월에는 주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위원은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투표소마다 개표하면 개표 결과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개표사무원의 피로가 가중된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양훈미 투개본 부대변인은 “삼척에서(원전 반대 투표)는 2만6000표를 전부 수개표했는데 2시간도 안 걸렸다”며 “전자개표기를 동원하지 않아도 공정하고 신속한 투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17일 오후2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열린 '내 주권 지킴과 부정선거 종식을 위한 국민공청회'. 이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참여해 강연을 했다.
 

문제제기는 18대 대선에서도 계속됐다. 국민들(선거무효소송인단)은 중앙선관위 김능환 대법관을 내란죄 및 국헌문란죄로 고발했다. 선거법은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하지만 여전히 법원은 묵묵부답이다. (관련기사 : 대선무효확인소송 1년 8개월째 잠자고 있는 이유는)

이런 과정과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불신은 높아졌다. 이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또 다시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지 않겠습니다“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한 교수는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기를 설치하다가 걸렸지 실제로 도청을 해서 닉슨 대통령이 혜택을 본 것이 아니다”라며 “선거에서 부정은 혜택을 보든 안보든 처벌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한 교수는 “우리 선거 역사에서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을 만큼 개표 부정 문제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4·19 혁명의 원인이 된 3·15부정선거 뿐 아니라 그 전에 있었던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87년 구로구청 사건까지 소개하며 개표과정의 신뢰를 강조했다. 

   
▲ 17일 오후2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열린 '내 주권 지킴과 부정선거 종식을 위한 국민공청회'. 윤두병 투개본 운영위원장.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요즘은 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라는 용어를 쓰는데 김대중 정부시절까지 전자개표기라고 썼고, 공식 문서에도 전산방식이라고 돼있어 전자개표기가 맞다”며 “전자개표기가 조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자 용어를 바꾼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투개본에 참여한 100여명은 국민들에게 투표소에서 수개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할 계획이다. 송 위원은 “독일과 아일랜드는 전자개표기를 사용하다가 수개표로 바꿨다”며 “전자개표기의 오류는 누구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철구 공동대표는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객관성 확보를 위한 전문가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대 대선무효소송인단에 참여했던 서정우 씨는 “유투브에서 ‘전자개표기’, ‘박원순 미분류’라고 검색하면 짧은 영상이 나온다”며 “전자개표기의 문제를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